이번엔 여수국가산단…끊이지 않은 중대재해

2022년 02월 13일(일) 19:29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외벽 붕괴로 현장 작업자 6명이 매몰됐다가 모두 숨진 채로 수습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 3공장 폭발로 4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쳐 충격을 주고 있다. 희생자 중 3명을 포함해 사상자 7명이 하청업체에 고용된 노동자여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사고는 열교환기 청소를 마치고 시험가동을 위해 압력을 넣던 중 약 1t인 덮개가 이탈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열교환기는 화학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열로 증기를 만드는 설비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제반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여부 등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관련 설비가 여천NCC 1, 2, 3공장에 1천여개에 달하는 만큼 일부 시설 노후화에 따른 것인지도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됐지만 재해가 이어지고 있다. 시행 직후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삼표산업 석재 채취장에서 토사가 붕괴해 3명이 숨졌으며, 지난 8일에는 성남시 판교 건물 신축 공사장에서 승강기 설치 작업 중 2명이 추락사한 바 있다. 앞서 중대재해법 시행 직전 광주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고 있는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면서 6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석유화학기업인 여천NCC 참사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으며, 경찰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매년 안전사고가 잇따라 ‘화약고’ 오명을 쓴 여수산단에서 광주·전남 최초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지 주목된다.

여천NCC 공동대표이사가 현장을 찾아 “수습에 만전을 기하며, 법적·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무고한 희생을 초래한 사고는 계속되고 있고 또 피해자 가족에 대한 사과가 반복되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무색한 지경이다. 벌써부터 개정과 보완 입법의 필요성이 커지는 현실이다. 잇따르는 대형 참사에 국민적 분노가 치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