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참사, 이젠 정말 근절되길” 합동분향소 2일차 무거운 분위기 속 헌화 이어져 유족들 “현산 책임 다하기 전까지 장례 연기 계속” 안재영 기자

2022년 02월 13일(일) 19:58

‘붕괴사고’ 희생자 추모 지난 12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 인근에 차려진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참배하고 있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측의 사과와 보상 약속을 요구하며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는 유가족 측은 영정사진과 위패 등을 분향소에 안치하지 않았다./김애리 기자

“시민 한 사람으로서 반복되는 참사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를 끊기 위해서라도 시민들의 관심이 이어졌으면 합니다.”

13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차려진 합동분향소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분향소 인근에는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현수막과 화환, 근조기 등이 위치해 있어 사고 당시 참담했던 광경을 재차 연상케 했다.

또 아직 장례 절차가 마무리 되지 않은 만큼 분향소 제단에는 영정사진과 개인 위패 대신 ‘화정 아이파크 신축공사 붕괴 사고 희생자’라고 쓰여진 대표 위패가 놓여졌다.

이에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헌화를 통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해년마다 반복되는 참사 근절을 소원했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은 방명록을 작성한 뒤 관계자로부터 흰 국화를 건내 받고 헌화를 이어가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직장민 윤모(32)씨는 “직장을 오가며 한 달 동안 현장을 봐와 남 일 같지 않았다”며 “실종자들이 가족 곁으로 돌아가길 바랬지만 그렇지 못해 너무 안타깝다. 가족들이 힘내셨으면 한다”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다른 시민은 사고 현장이 보이는 곳에 리본을 걸며 통해 희생자들을 기리기도 했다.

자영업자 오모(52)씨는 “해년마다 반복되는 참사로 무고한 시민들이 세상을 떠나는 게 너무 안타깝다”며 “매번 ‘근절하겠다’, ‘뿌리뽑겠다’ 하지만 바뀐 게 뭐냐. 이젠 정말 이같은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소원했다.

이밖에도 시민들은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곳으로 가세요’ 등의 문구들로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참사 재발 근절을 소원했다.

앞서 지난 12일 사고 현장 인근인 광주 서구 화정동 무등주차장에는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붕괴 사고 피해자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유가족들은 추모 공간을 통해 현대산업개발 부실 시공으로 빚어진 이번 참사를 잊지 않고 교훈을 되새기자는 취지로 분향소 설치를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분향소를 찾은 정치인들은 방명록을 통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장휘국 교육감 등은 헌화와 추모 후 ‘다시는 이런 희생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희생이 헛되지 않게 안전한 광주를 위해 헌신하겠다’, ‘더 안전한 사회, 더 안전한 학교를 이루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방명록을 남겼다.

한편 이번 합동분향소는 유가족들의 뜻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이 진정성 있는 사과와 충분한 사후 보상 등을 약속하기 전까지 이어지며 희생자들의 장례 또한 무기한 연기된다.

앞서 지난달 11일 오후 3시46분께 화정아이파크 201동 39층 타설 작업 중 23-38층이 무너져 하청 노동자 6명이 실종됐다. 이들은 사고 직후 붕괴 잔해에 깔려 사고 발생 29일만에 모두 수습됐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