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이이남 IN PROGRESS’展…3월27일까지 대전 신세계갤러리 미디어 속 자화상…화면 속 ‘나’를 마주하다 미디어 기술 접목한 동서양 명화 ‘TV 피노키오’ 등 작품 12점 선봬 최명진 기자

2022년 02월 14일(월) 19:22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바꾼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기념하며 우리 일상 속 미디어를 되돌아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대전 신세계 갤러리에서 개최되는 ‘백남준·이이남 IN PROGRESS’전이다.

오는 3월27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에는 백남준 작품 30여점과 동시대 미디어아트를 대표하는 이이남 작가의 작품 12점이 함께 전시된다.

이이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낯익은 동서양의 명화들을 미디어 기술을 이용해 관객에게 소개한다. 미디어아트, 조각, 평면작업 등 여러 예술기법을 아우르는 그의 대표작들을 선보인다.

아울러 비디오아트와 TV조각, 드로잉, 콜라주 등 매체를 자유롭게 넘나든 백남준의 작품세계 또한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이 작가는 백남준의 대표작 중 하나인 ‘TV 부처’를 오마주한 ‘TV 피노키오’를 선보인다.

백남준의 ‘TV 부처’는 예술성이나 미학적 근거에서 늘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대표 작품이다. 종교적인 구도자이며 동양적 지혜의 상징인 부처가 현대문명의 상징이자 대중매체인 텔레비전을 보는 모습과 화면 속 자신에 빠져든 나르시스적인 태도는 웃음을 자아낸다.

이와 함께 화면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성찰한다는 진지한 주제를 던지기도 한다.

이이남作 ‘TV 피노키오’

이이남 작가는 이에 착안, 작품 ‘TV 피노키오’를 통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자리 잡은 피노키오가 진실과 거짓의 상징인 자신의 코를 통해 타자의 시선과 거리가 얼마만큼인지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나무인형 피노키오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늘 진실과 거짓을 마주하고 있고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부서지지 않고 더욱 강해보이기 위해 자신만의 철옹성을 쌓으며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한다.

코에 설치된 카메라와 모니터의 긴장된 관계를 통해서 작품과 관객의 위치가 설정되고, 직접적이고 단순하며 강한 이미지가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재현의 이미지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전통과 연계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 그리고 미디어 매개체에 대한 관조와 성찰의 필요성을 암시한다.

대전 신세계갤러리 관계자는 “백남준이 개척한 길을 따라간 이이남 작가는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로 자리 잡았다”면서 “예술과 과학의 융합으로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며 새로운 길을 걷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더 많은 이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전시 기회를 만들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이남은 최근 벨기에, 라트비아, 스페인, 카자흐스탄 등 해외 대사관들의 미디어 전시에 한국을 대표하는 미디어아티스트로 초청받아 대한민국 문화 위상을 높였으며, 중국 허난성에서 ‘세계 최대 미디어아트 파사드’를 선보인 바 있다. 올해 서울, 부산 등 국내를 넘어 두바이, 헝가리 등에서 전 세계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