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론은 정치보복을 위한 ‘거짓 명분’일 뿐이다 / 윤난실

2022년 02월 14일(월) 19:33

윤난실 前 청와대 제도개혁비서관

청와대 제도개혁비서관으로 일하다가 사직하고 광주로 돌아온 지 한 달도 되지 않는다. 청와대 근무 시절에는 정치적 발언뿐 아니라 SNS조차 하지 않았다. 대선 기간 동안 선거개입에 관한 어떠한 의심도 받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 모두가 마찬가지로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일체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 ‘엄정한 중립’을 철저하게 견지해 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일어난 윤석열 대통령후보의 문재인정부 적폐청산 발언은 이 무거운 침묵을 깨뜨리게 만들었다. 야당 후보의 노골적인 정치보복 거론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정치인의 말은 때와 장소에 따라 뉘앙스와 태도에 따라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만일 문제 있는 일들이 있다면 그때 가서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에 맞게 처리하면 될 일이다. 굳이 대선이 한 달도 안남은 상황에서 때 아닌 적폐청산을 입에 올리고, 측근의 실명을 말하며 추켜세우는 일은 대단히 부적절한 상식 밖의 행위이다.

임기 말 40%를 넘어서는 높은 국정운영 지지도를 보인 역대 정부가 있었던가? 문재인정부의 모든 것을 부정, 폄하하면서 “닥치고 정권교체”를 외치는 세력의 대의와 명분은 무엇인가? 오로지 권력 장악만을 원하는 것 아닌가?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구상도, 시대적 현안도, 국정운영 능력도 없이 “닥치고 정권교체”를 위해 한국사회를 갈라치기하는 선동에 여념이 없다. 맹목적이다. 문재인정부를 향한 증오와 보복을 선거무기화하고, 이념, 지역, 세대, 계층, 젠더 갈등을 아무렇지 않게 조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통합을 앞세우니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 매주 자신이 한 말을 주워 담기 바쁘고, 사과를 반복하면서도 당당하다. 지금까지 이런 식의 대선도 없었다.

닥치고 정권교체는 무능한 구세력들이 재등장하는 퇴보일 뿐이다. 그들의 맹목적 분노는 내 것은 뭉개고, 남의 것은 후벼 파는 ‘내뭉남후’ 식의 검찰통치로 귀결될 것이 자명하다. 이미 대선과정에서 밝혀진 본·부·장 비리에 대한 뭉개기와 조국 수사를 비교해보면 내뭉남후의 실체를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무엇보다 적폐청산을 앞세워 정치보복을 거론한 것은 잠시 그저 선거과정의 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이미 개사과 논란에서도 그랬듯이, 치고 빠지고 갈라 치는 선거전략은 광주·호남의 분열과 정치적 고립이라는 짐작 가능한 미래의 복선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지이고, 광주정신은 정의롭지 못한 권력에 대한 저항과 민주·인권·평화를 향한 더 나은 변화를 의미하기에 침묵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광주의 민주적 가치에 대한 뜻과 정신을 분명하게 보여 줄 필요가 있다.

덧붙여, 광주정신을 가다듬고 누구도 광주를 부정·폄하하지 못하게 하고 광주를 존중·사랑하게 만드는 대전환과 실력이 필요하다. ‘더 나은 광주’로의 도약은 바로 이번 대선을 출발로 시작하며 지방선거를 계기로 확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