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살아있어 다행입니다” / 탁인석
2022년 02월 14일(월) 19:33
탁인석 광주문인협회 회장
우리 지역문단에 연세가 많으신 조연탁 시인이 계신다. 장르로는 시조이신데 필자하고는 가끔씩 자리를 함께 하며 식사와 대화의 시간을 갖곤 한다. 90세를 넘기신 요즘에는 거동도 불편하고 말소리도 작아지셨다. 필자가 그분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눈빛이 살아있고 작품 쓰기를 계속하신다는 데 있다. 감히 후배 문인에게 신의와 정감의 표상이며 당당한 역사의식의 소유에 있다. 더군다나 필자가 집필하는 ‘광주매일’의 칼럼 애독자이시고 당신의 견해를 보내오시기도 한다. 식사자리에서는 되도록이면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안하는게 편하다. 생각이 다르면 썰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때가 때이니만큼 정치 이야기가 자동으로 나오고 말았다.

대통령을 뽑는 일은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국가 대사이고 밀쳐둘 수 없는 필요충분적 과제이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한마디로 설명은 어렵지만 거기에는 온통 복잡다단한 역사성의 점철 때문이다. 우리하고 혈통이 동일한 북방의 소수민족은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지만 한반도에 거처를 만든 우리네는 꿋꿋한 생명력으로 여기까지 5천년을 이어져왔다.

우리 민족의 역사성에서 저항의 역사는 어느 민족에도 볼 수 없는 강인함이 서려있다. 임시정부를 만들어 우리의 주체성을 수호한 이봉창·안중근·윤봉길 등의 의거는 중국인에게서는 볼 수 없는 우리만의 긍지이다. 우리의 5천년 역사에는 침략전쟁만도 무려 931번에 이르고 외침 등으로 국가가 위급지경에 놓이면 생사를 걸고 의병을 일으켰었다. 국가가 지켜내지 못한 백성을 민초들이 사생결단으로 수호했다는 점이다. 우리 문화가 지구촌을 선도하는 세상에서 덩달아 보여주는 기술 분야나 스포츠 예능 등에서 창의력과 순발력은 가히 눈부시다고 할 수 있다. 국가가 돌본 것도 아니건만 우리 민족은 각 분야에서 개인이 펼친 우수성은 필설로는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주지하듯 우리에게는 ‘한글’이라는 우리만의 고유한 문자가 있다. 그리고 우리의 문자 한글은 그 우수성이 괄목상대하여 2022년 UN 총회에서 국제공용어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모든 공식 문서에서 한글이 등장하는 자긍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광주에서도 금년의 거대 문학행사로 ‘세계한글 작가대회’가 열려 지역의 문학발전에 획시기적이지만 AI 도시 광주에서 한글을 매개한 산업화를 다각도로 탐색한다는 점 또한 매우 고무적이다. 이른바 한글이 산업화 시대의 주제로 진입하여 재화수단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지구상에는 한글을 가르치는 학교만도 2000여 개에 이르며 계속 확대일로에 있다. 여기에다 한글의 유용성에다 IT와 AI의 접목을 보태면 우리의 전도는 훨씬 양양하리라는 생각이다.

시대는 변화에서 생존을 추구해야 하고 우리의 문제는 모든 것을 열어놓고 토론하면서 접근하는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 보니 대선이 코앞이고 갈라친 보수와 진보가 요동치는 가운데 문제는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은 세계 변화의 중심에 위치하건만 유독 정치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좋은 정치는 국민을 근심에서 해방시키는 정치이다. 정치가 국민을 선도하고 걱정을 덜어주어야 하는데 우리 정치는 불안하고 비인격이니 거꾸로 국민이 걱정을 아니할 수가 없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한마디 거드시는 조시인께서 “그래도 국민이 살아있어 다행이다”는 말씀을 던지셨다.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이끈 힘은 정치권력이 아닌 잠재된 백성의 우수성으로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미 네거티브로 뒤범벅이 된 대통령후보들에게서 우리가 기대할 무엇이 남아있을까 싶다. 이 대목에서 정말 국민이 살아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은 새삼 크다.

조변석개는 그래도 양반이고 동일한 사안에도 한 두 시간마다 생각을 바꾸고 있다. 백화점 점포식 공약으로 표만을 구걸하는 여러 술책들을 대하면서 정말이지 숨이 막힌다. 그럼에도 대통령을 뽑지 않을 수는 없다.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더라도 진심으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후보라면 그나마 마땅하다 할 것이다. 그래도 품성이 더 좋은 사람을 골라뽑아야 할 것 같다. 품성을 기준해야 복잡하지 않고 더 좋은 판단이 된다는 생각이다. 영리함은 빌려올 수 있어도 품성은 빌려올 수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대선 이후에도 갈라 치기로 가겠지만 대한민국 국민이 위대하기에 권력을 마음대로 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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