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 수 감소·온라인 구매 증가…문구점 고사 위기 학습준비물 지원제도·코로나19 확산, 골목상권 쇠락 부추겨 김다인 수습기자 |
| 2022년 02월 14일(월) 2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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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학교 앞을 지켜 온 동네 문구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학생 수 감소, 학습준비물 지원 제도 등이 문구점 쇠락을 부추기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소비 활성화로 온라인 주문이 급증하면서 문구점의 부활 기미는 요원해지고 있다.
이에 교육기관, 관공서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달 초께 찾은 양림동 한 초등학교 인근 문구점. 아직 방학이 한창인 탓에 학생들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개학을 해도 별 차이가 없다는 게 인근 상인들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30년간 문구점을 운영해 왔다는 A(70)씨는 물건 위 먼지를 털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늘어나고 학생 수도 줄어든 탓에 문구점을 찾는 손님이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 A씨는 매일같이 추억의 과자 유통기한을 확인한다. A씨는 “나이 먹어서 눈이 잘 안 보이지만 학생들이 좋아하는 과자 유통기한은 매일 확인하지”라며 주먹만 한 돋보기를 들고 웃어 보였다.
두 칸 남짓한 냉동고를 보던 A씨는 “하드(아이스크림) 사 먹으려고 오던 학생들도 줄었어, 건너편에 할인점이 생겼더라고. 테이프마저도 철물점에서 사버리니 원….”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 달 매출에 대해 A씨는 “요즘은 하루에 만원 벌기도 힘들다”며 혀를 찼다. 또 “실질적으로 원망스러운 것은 2011년부터 시행된 ‘학습준비물 지원제도’”라며 “시행 이후 본격적으로 매출이 하락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학습준비물 지원제도는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학교에서 기본 학용품 등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정책이다.
A씨는 “필요한 물품은 거의 다 학교에서 사주니까 문구점 올 일이 없지. 실내화마저도 마트나 인터넷에서 다 사버리니 어찌할 방법이 없어”라며 운영난을 토로했다.
현재 학습준비물 지원 제도는 학교장 재량으로 조달청 나라장터, 한국 교직원공제회 학교장터 등을 통해 최저가 업체를 선정해 물건을 입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육청은 지원 물품의 15%를 동네 문구점에서 구매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 역시 ‘권장 사항’일 뿐 학교장 재량으로 조정할 수 있다.
시 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지원 제도 예산은 학생 1인당 3만원으로 편성돼 있다. 구매 품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지만, 개인 학용품 (연필, 지우개, 자 등)과 악기류(리코더, 하모니카, 단소 등) 구매는 지양한다.
하지만 지난해 2월부터는 지양 구매품 마저도 학교장 재량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경계를 느슨하게 풀었다. 시교육청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악화에 따라 학용품 구매가 어려운 학생들을 배려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30년 넘게 양림동 인근에서 문구점을 운영했다는 B(62)씨는 “학생 수가 줄어도 너무 줄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광주시 초·중·고등학생 수는 2019년 기준 18만1천277명, 2020년 17만5천388명, 2021년 17만3천705명으로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도 예상 학생 수는 17만1천468명이며 2024년에는 16만6천676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광주시 문구용품 및 회화용품 소매업은 2016년 396개, 2017년 375개, 2018년 332개, 2019년 329개로 3년간 약 70개 점포가 줄어드는 등 눈에 띄는 감소세를 보였다.
학용품을 구매할 수 있는 대체 점포가 많다는 것도 문구점 쇠락의 주원인이다.
동네문구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015년 9월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문구 소매업이 포함됐다. 규제 대상은 대형마트 3사와 다이소다. 이들에게는 초등학생용 문구 18개 품목 묶음판매, 신학기 할인 행사 중단, 사업 축소 및 진입 자제 등이 요구된다. 이는 법적인 제재가 아닌 사회적 합의로서 ‘권고’의 형태로 진행된다. 이마저도 올해 7월 31일이면 합의 기간이 종료돼 원 상태로 돌아간다.
현재 광주시에 위치한 대형마트는 총 10개다. NC웨이브, 금호월드 등의 쇼핑센터가 포함되는 중·대규모 점포는 31개, 다이소는 33개로 집계된다. 해당 점포에서는 문구류를 포함해 다양한 생활용품을 구매할 수 있다.
전국 문구점 살리기 연합회 이성원 사무국장은 “현재 코로나 때문에 상권이 다 죽어가고 있다. 교육기관이나 관공서 등에서 문구류를 입찰 구매할 때 골목 상권을 많이 이용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라고 밝혔다.
/김다인 수습기자
김다인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