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키트 5개 중복 구매 허용…‘시장 안정화’ 유명무실 ‘공적 마스크’와 달리 횟수 제한 없어…“품귀 부추겨” 약사회 “의료기기 비전문가 취급 공중보건 위해 초래” 안재영 기자

2022년 02월 15일(화) 21:22

정부가 15일부터 약국과 편의점에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집중적으로 공급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물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진은 광주의 한 약국에 자가검사키트 품절 문구./김애리 기자

“편의점·약국 다섯 곳을 오가며 겨우 하나 구했네요. 여러 곳을 돌며 몽땅 사가면 그만인데 1회 제한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적절한 유통품질관리가 되지 않으면 정확도 민감도 등이 영향을 받는 만큼 자가진단키트를 비전문가가 소분·판매하는 현 정책은 멈춰야 합니다.”

지난 13일부터 정부가 자가진단키트 품귀 현상과 관련해 1회 구매량을 5개로 제한하며 의료기기 판매업 허가가 없는 편의점에서도 키트를 판매 가능하게 하는 등 시장공급 안정화에 나섰지만 이를 두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있어서는 안 될 조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공적 마스크’때와 달리 한 사람이 여러 곳을 돌면 얼마든지 대량 구매할 수 있어 ‘사재기’를 막기 어렵다는 것.

또 원활한 공급을 위해 제조업체에 대용량 포장 제품만 생산토록 했지만 판매처에서 다시 소분하는 작업이 이뤄지면서 의료기기 안전관리에 대한 우려도 낳고 있다.

실제 지난 13-15일 자가진단키트를 구매하기 위해 광주 북구·서구 관내 약국 10여곳에 문의한 결과 ‘재고가 넉넉하다’고 답변한 곳은 없었다.

입고량 자체도 적지만 찾는 이들이 많아 매일 오전 사이에 재고가 동난다는 게 약사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러한 가운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지난 13일부터 시행된 ‘1인 5개 제한’ 조치가 오히려 품귀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5일 직장인 김모(32)씨는 “회사에서 자체 검사를 독려해 지난주부터 약국에서 자가진단키트를 구매해왔는데 어제부터는 가는 곳마다 품절이라 헛걸음만 하고 있다”며 “구매제한 조치가 생기면서 ‘살 수 있을 때 사두자’라는 생각으로 사재기에 나서는 이들이 늘어 오히려 구하기 힘들어진 것 같다”고 불평했다.

제도의 실효성을 두고도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부 임모(38)씨는 “유치원에서 주2회 아이를 등원시키기 전 자체검사를 부탁해 키트를 구매하기 위해 다섯 곳을 돌아다녔지만 마지막에서야 겨우 하나를 구할 수 있었다”며 “‘공적 마스크’ 때와 달리 여러 곳을 돌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데 1회 구매 제한이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이번 조치를 두고 지난 12일 대한약사회는 ‘공중보건에 위해를 가하는 무지한 조치’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대한약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는 3등급 의료기기로 허가된 제품으로 적절한 유통품질관리가 되지 않으면 정확도와 민감도 등이 영향을 받아 공중보건에 위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이를 의료기기 판매업 허가도 없는 전국 모든 편의점에 완제품도 아닌 소분 판매토록 하겠다는 방침은 있어서는 안 될 조치”라고 비판했다.

실제 제품 허가 초기만 해도 식약처는 이러한 우려와 함께 일반 국민들이 실시하는 자가 검사와 판독 등에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이유로 소비자 대상 유통판매를 권장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단체는 “현재 의료기기 판매업 신고를 득한 편의점에선 정상적인 관리 하에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를 면제하고 비전문가가 근무하는 환경에서 의료기기 포장을 뜯고 손을 대서 혼합판매 한다는 조치는 보건의료 전문가 단체 입장에서 상상할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될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