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재생과 지역대학의 역할 / 박준수 |
| 2022년 02월 16일(수) 19: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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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은 지역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아파트 건설 위주의 도시정비사업 혹은 재개발사업과는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광주에서 진행 중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는 광주역 일대와 북구 임동, 남구 백운광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은 주민과 지역이 주체가 되어 도시공간을 혁신하고 도시재생 경제조직을 활성화함으로써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회복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문화를 매개로 한 ‘창조공간’ -
도시재생 사업은 산업화·도시화가 빨랐던 서구 사회에서 일찍이 시작되었다. 1980년대 후반 유럽 도시들은 제조업의 쇠퇴로 낙후된 지역을 되살리기 위해 문화를 매개로 ‘창조도시’를 건설하는 방식을 취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스페인 빌바오시는 조선·철강 산업이 쇠퇴하자 문화와 예술을 접목해 도시의 경쟁력을 높였다. 이른바 ‘빌바오효과’이다.
영국에서 ‘빌바오효과’를 거둔 도시 가운데 하나가 영국 제2의도시 버밍엄이다. 필자가 2011년 7월 취재차 방문한 버밍엄은 1970년대까지 하수구처럼 버려진 도심운하 주변을 대대적으로 개발해 지금은 가장 활기차고 매력적인 장소로 탈바꿈시켰다. 국립해양생태관을 비롯 현대미술갤러리, 극장, 레스토랑, 카페 등 ‘핫플레이스’가 밀집해 있다. 또한 ICC(컨벤션센터), 전시장, 음악거리 등 사람을 끌어모으는 흡입력 있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이 도시는 오래 전 가동이 멈춘 카스테라 빵공장을 개조해 젊은이들이 창조적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창작스튜디오를 꾸몄는데 약 500여 명의 예술가와 소규모 창조기업이 들어와 활기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었다.
도시재생에서 가장 핵심 포인트는 지속적인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혁신역량을 갖추는 일이다. 이와 관련 창조와 지성의 전당인 대학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영국 코벤트리대학은 2014년 대학 내에 사회적기업센터를 설립해 대학의 지식과 자원을 바탕으로 지역주민들과 커뮤니티가 기업가적 활동을 수행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사회문제를 민간영역에 연결하는 사회혁신 노드(Node) 프로그램, 지역사회와 사회적 기업가들을 학문연구와 연결해주는 소셜 임팩트엔진, 비즈니스적 접근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문제를 발굴하는 소셜 임팩트 챌린지 등 사회혁신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 3년 동안 35개 사회적기업을 창업했으며 코벤트리시를 사회적기업도시라는 닉네임을 얻도록 했다.
일본 역시 대학을 도시재생의 거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요코하마시는 대학과 파트너십협의회를 구성하고 지역의 문제해결에 대학의 자원과 역량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캠퍼스타운 사업이 대학을 구심점으로 하는 도시재생 모델이다. 이 사업은 대학들이 각자의 자원과 전략, 네트워크를 활용해 도시재생을 선도하는 것으로, 서울시는 2016년부터 서울 소재 대학과 손잡고 대학가 주변의 침체와 문화적 퇴조현상을 극복해가고 있다.
-대학의 ‘소프트파워’ 활용해야-
이제 시야를 우리 지역 광주로 옮겨보자. 광주의 도시재생 사업 가운데 가장 대학과 밀접한 지구는 광주역 일대이다. 이곳은 그동안 KTX가 정차하지 않으면서 쇠락의 길을 걸어왔는데, 달빛내륙철도와 도시철도2호선 연결과 함께 1조2천억원이 투입되는 도시재생 사업이 예정돼 있다. 가장 핵심적인 시설은 지난해 7월 중에 착공한 빛고을창업스테이션으로, 이는 각 대학에서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플랫폼을 구축하며 혁신지구 복합허브센터와 기업혁신성장센터와 더불어 창업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광주는 도심 노후지역을 개조하는 과정에서 기존 시설들을 전면 철거하고 아파트를 건립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채워나갔다. 그 과정에서 원주민들이 정든 터전을 떠나야 하는 ‘둥지내몰림’을 겪는가 하면 학동과 화정동 붕괴사고 같은 참사가 발생해 큰 슬픔과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공동체가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유지하도록 문화적 유산을 살려내면서 경제적 활력을 보존하는 도시재생 방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에는 유럽의 대학들처럼 광주지역 대학이 가진 창조와 융합의 소프트파워가 핵심 동력으로 접목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