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올인 전략에…지방선거 ‘역대급 무관심’ 우려 각 당 대선 승리에 당력 총동원…예비후보자 등록도 미뤄 대선 후 시간 촉박…공천 경쟁 속 지역위원장 입김 셀 수도 이종행 기자

2022년 02월 21일(월) 19:50

최근 6·1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서 이번 지방선거는 ‘역대급 무관심’ 선거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9 대통령선거와 6·1 지방선거가 불과 2개월 여 차이밖에 나지 않는 상황에서 지방선거에 나설 후보자들이 유권자보다는 당내 경쟁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기 때문이다.

21일 지역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제8회 지방선거는 오는 6월1일 치러진다. 이는 내달 9일 대선이 끝난 지 85일 만에 치러지는 선거다.

대선이 마무리되면 당선된 측에서는 인수위 구성을, 패배한 측에서는 당 쇄신안 등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각 당이 대선이 끝난 뒤에도 지방선거보단 자당 정비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유권자들은 1개월 남짓 단시간 안에 지방선거 출마자를 판단한 뒤 투표를 해야 한다.

앞서 지난달 18일 더불어민주당은 제88차 최고위원회의에서 6·1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 검증과 관련된 주요 결정 사항을 정한 뒤 이를 각 시·도당에 해당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는 ‘20대 대선 승리에 당력을 집중하기 위한 조치로, 정부 선관위 예비 후보자 등록은 3월9일 대선 이후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실상 3·9 대선 이전에 예비 후보자 등록을 할 땐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얘기로, 하루라도 빨리 예비 후보자의 정보를 듣고 판단한 뒤 선택해야 할 유권자들의 권리를 사실상 당 차원에서 막아선 셈이다.

광역의회 시·도의원·기초지자체 시장·기초의회 시의원 선거의 예비후보자 등록은 지난 18일부터 시작됐다. 이는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유권자보다는 오히려 당내 공천을 공략하는데 더욱 집중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이유다. 대선 결과에 따라 승리한 정당이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어부지리’격 승리를 노리는 것이다.

광주지역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이번 대선과 지방선거의 간격이 짧다 보니 공천 전쟁이 그 어느 때보다 심화될 것”이라며 “당 내에서도 대선에 패배하면 지방선거 출마를 포기하고 승리하면 지방선거를 출마하는 이런 현상들이 빚어지는 등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역 정치권에선 무관심 지방선거에 이어 형식적인 공천 심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광주의 한 시의원은 “예비 후보 등록이 20여일 미뤄진 만큼 아무래도 유권자들한테 제대로 된 정보 제공을 못 한다는 게 아쉽다”며 “만약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긴다면 당의 독주도 염려되지만 반대로 질 경우에 비대위 체제에서 서류 전형과 면접만으로 공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류 전형과 면접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하지만 서류 전형과 면접을 판단할 심사위원들은 지역위원장이 추천한 인물”이라며 “지역 위원장들의 입맛에 따라 공천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공천’이 아닌 ‘사천’이 될 확률이 굉장히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송갑석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은 “6·1 지방선거 일정을 대선 이후 진행하기로 한 것은 모든 역량을 대선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며 “지방선거 입지자들도 현재 대선 선거운동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만큼 오히려 대선 열기가 지방선거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대선 이후로도 지방선거를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종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