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받는 노인들, 코로나 시대의 어두운 단면

2022년 02월 22일(화) 19:31

코로나19 장기화로 노인시설 운영이 제한되면서 학대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광주노인전문보호기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최근 5년간 2천540건에 달하는 규모다. 노인 학대는 지난 2020년 2월 광주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이후 감소세였으나 전국 대유행기인 이듬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자녀 혹은 배우자의 처벌을 걱정해 신고하지 않는 경우까지 합하면 실제론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학대 장소는 지난해 기준 가정 내가 198건으로 압도적이었고, 행위자로는 배우자 111건, 아들 56건, 딸 14건, 기관 12건, 타인 10건 등이다. 유형별로는 신체적 학대가 185건으로 최다였으며, 정서적 146건, 방임 24건, 경제적 15건, 성적 학대 2건 등으로 나타났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지속적인 코로나의 영향으로 인한 우울 장애, 스트레스 및 가족 갈등 등으로 노인 학대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로당과 노인정, 복지시설 등이 코로나로 운영이 중단돼 노인들은 갈 곳이 사라졌다. 가정 내 체류시간이 길어지고 제한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가정 내 다툼이 확산되고 있다. 때로 사소한 시비가 빌미가 돼서, 때로는 영문도 모른 채 모진 학대를 견뎌내야 한다. 코로나 시대의 어두운 단면인 것이다. 씁쓸하다.

노인 학대는 명백하게 반인륜적 범죄행위임에도 피해 사실을 숨기거나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어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따라서 무엇보다 주변에서의 관심과 신고가 매우 중요하다. 당사자도 참지 말고 초기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대 행위자에 대한 상담과 교육, 치료 서비스도 필요하다. 고령화 사회, 노인 학대의 심각성을 공감해야 할 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노인들이 일상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였다. 지자체와 전문기관이 조기 발견과 보호, 예방를 위해 인프라를 확충해야 하겠다. 그러나 더 우선하는 것은 가족 구성원 간 이해와 배려가 아닐까 싶다.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 앞으로 더 많이 시일이 소요될 것 같다.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통해 화목한 가정을 만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