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를 정치답게 / 김일태 |
| 2022년 02월 22일(화) 19: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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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선처럼 유권자들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후보자들 간에 비방과 폭로가 치졸하게 진행된 적도 없다. 심지어 해외 언론들조차도 “스캔들, 말다툼, 모욕으로 얼룩진 역대 최악의 선거”라고 혹평하고 있지만 그들만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후보와 배우자, 가족 비리의혹 폭로로 일관하는 작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경선과정의 후유증으로 원팀을 만드는데도 힘들고 선대위를 구성했다가 해체하기도 하고 양 진영에 핵관(대선 후보 측 핵심관계자)이라는 사람들만 판을 치고 영입한 인사들도 퇴진시키며 무속과 주술의 샤머니즘 정치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 프리아모스 왕의 딸 카산드라(Cassandra)와 같은 예언자가 선거판에 등장하는 것 같다. 이런 현상들은 정치가 정치답지 못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치가 정치답지 못하는 것은 정당이 정당답지 못해 이념과 지역, 성별, 특정 계층으로 편을 가르는데 열심이고 참모들이 참모답지 못해 그저 비리 폭로와 의혹을 제기하는 말로 자기 정치를 하거나 정책이 정책답지 못해 졸속이거나 실현 가능성도 없는 것을 말한다. 이제 정치는 협상과 타협의 정신이 사라지고 고소고발로 이어져 사법적 판단에 맡겨지는 신세로 전락하게 되었다. 결국 국민과 국가를 이끌어 갈 대통령 후보가 후보답지 못한 확신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지도자를 올바르게 선출하는 유권자들의 선택만이 정치를 정치답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선처럼 팽팽한 접전의 상황에서 손자병법의 구변(九變)편은 5가지 치명적 약점, 필사가살(必死可殺), 필생가로(必生可虜), 분속가모(忿速可侮), 염결가욕(廉潔可辱), 애민가번(愛民可煩)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지금의 시점에서 후보는 물론 정당이나 참모들은 대선 승리를 위해 목숨이라도 걸겠다고 허풍을 떨거나 세를 과시하는 행동, 정치적 패배의 책임을 두려워하는 행동, 상대편에게 쉽게 흥분하고 분노해서 조급하게 비방하는 행동, 자신의 정치 생명을 위해 명성만을 중시하는 행동, 눈치만 보게 되어 마음이 담대하지 못한 행동을 피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꾼들이 득실거리는 대선판이 될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의 역할에 대한 경고와 역설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공자는 논어의 자로(子路) 편에서 ‘衛君待子而爲政 子將奚先?(위군대자이위정 자장해선)’으로 “정치를 하려면 무엇부터 먼저 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공자가 ‘必也正名乎!(필야정명호)’로 “반드시 이름(名)부터 바로 잡겠다!”라고 대답했다. 공자는 춘추 말기의 사회적 혼란이 실제와 이름이 부합되지 못한 상황에서 혼란이 일어난다고 보았다. 이것은 공자의 말씀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고 아버지가 아버지답지 못하며 자식이 자식답지 못하는 것”으로 각자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행동하거나 의무와 규범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정치라는 것은 실(實)과 명(名)이 일치하는 것으로 공자의 ‘政者正也(정자정야)’로 ‘정치는 바로 잡는 것’을 실천하는 정명론(正名論)인 것이다. 이것은 팩트가 올바르지 않으면 말과 행동에 일관성이 없으며 말과 행동이 일관적이지 못하면 정책이 공허하게 되고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분간하지 못하면 죄와 벌이 합당하지 않게 되고, 죄와 벌이 합당하지 못하면 국민들은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제 구차한 말과 행동으로 변명하지 말고 진실한 말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말을 하게 되면 반드시 정책으로 집행할 수 있는 실제(실)와 대선 후보라는 이름(명)이 부합하는 정명(正名)의 정치를 실천하는 대선 후보에게 유권자들은 표를 던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