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건설 마형렬 회장 회고록(14) 한 발짝도 공짜로 걷지 않는다

2022년 03월 01일(화) 14:14

마형렬 남양건설 회장

남양건설 마형렬 회장 회고록(14)

-본 원고는 마형렬 남양건설 회장님의 회고록 '막히면 뚫고, 닫히면 열고'를 인용한 것으로, 내용 중 등장하는 이름과 장소 등을 일부 편집했음을 알립니다-

3년 동안의 군대 생활을 마치고 제대하던 날 송정역에서 혼자 다짐한 것이 있다. '한 발짝도 공짜로 걷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고향에도 내려가지 않고 곧바로 광주시청에 근무하던 큰형을 찾아가 취직을 부탁했다. 형님이 소개해 준 일자리는 고작 광주하수도 공사 총무였다.

제대하여 형님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새벽에 일어나 나가보니 광주천 보공사를 하고 있었다. "옳다" 싶어 무작정 뛰어들어 일을 했다. 그런데 공사를 잘못하여 물이 새는데도 그냥 넘어가려 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 나온 사람이 다시 공사를 해야한다고 주장하자 현장에서 이상히 여겨 내 신분을 조사한 것 같았다. 형님의 동생인줄 알고 일당만 주고 취직은 시켜주지 않았다.

나는 그 날 이후 공사판을 그만 두었지만 스스로 두 가지 다짐을 했다. 하나는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맡은 바 책임을 다하자는 것이었다. 어떤 일을 하겠다고 돈을 받았으면 당연히 완벽하게 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때만 해도 지금처럼 질서가 잡히지 않아 원칙을 주장하는 사람이 미움을 사는 경우가 허다했다.

'정직하고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 되자'는 이날의 다짐을 일평생을 잊어본 적이 없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오늘의 남양건설을 일구는 데는 이것이 큰 무기가 되었다. 정직하다는 것이 때론 손해를 볼 수도 있으나 나중에 생각하면 분명 더 큰 이익을 남겨준 것이 많았다. 책임을 다하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다.

건설인으로 첫 직장이라 할 동양기업에 입사해서도 이런 원칙을 저버리지 않았다. 입사 초년병이었지만 옳지 않은 일에는 언제나 단호했다.

상수도관 교체공사 현장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사장의 심복이란 사람이 놋쇠로 만든 제수병을 훔치는 것을 보고 용서하지 않았다. 제수병은 수도관 원관과 가정집으로 들어가는 관을 연결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제법 값이 나가기 때문에 한두 개씩 훔쳐다가 막걸리를 사먹었던 모양인데 내가 입사한 뒤로는 어림도 없었다.

비록 나는 신입사원에 불과했지만 항상 회사를 먼저 생각했다. 추운 겨울 영암 신북의 저수지 보(洑) 공사를 할 때는 허허벌판에 움막을 짓고 그곳에서 숙식을 했다. 움막이라야 서까래를 서너 개 묶어세워 마름을 둘렀고 바닥에는 짚을 깔아 냉기를 막았다. 그렇게 하루 24시간을 근무해도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고작 한 달에 쌀 한 말이었다. 송정공업학교 출신의 임 목수와 나는 엄동설한을 이곳에서 보내며 공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당시 사장은 참으로 인정이 없는 사람이었다. 이는 나이가 든 건설인들은 모두 인정하는 점이다. 이듬해 초봄 인부들의 노임을 받기 위해 본사에 올라갔다가 해임통보를 받았는데 해임이유가 걸작이었다. 임 목수 혼자 현장에 두고 나만 혼자 따뜻한 방에서 잠을 잤다는 것이다. 결혼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랑이 두어 달만에 집에 온 것을 가지고 문제를 삼았다. 물론 사장이 그런 행동을 하는 데는 까닭이 있다. 노임을 밀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을 시키고 노임을 제때에 주지 않겠다는 심보는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노임은 한 푼도 챙기지 못한 채 쫓겨 오다시피 현장으로 내려갔다.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약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라면박스 같은 보루지에 사장의 초상을 그려놓고 실컷 두들겨 패는 것 말고는.

얼마 후 나는 사표를 던지기로 작정했다. 가난한 것은 참을 수 있지만 그 같은 비인간적인 사람을 사장으로 믿고 평생을 맡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표를 내던지고 돌아오면서 나는 복수를 결심했다. '당신보다 몇 배 큰 건설회사의 사장이 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