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大都市) 광주 시장 리더십이 중요한 이유 / 이정록
2022년 03월 01일(화) 19:30
이정록 전남대 교수·前 대한지리학회장
지도자 리더십은 중요하다.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대도시 경영을 도맡는 시장 리더십도 그렇다. 그런데 허약한 리더십 소유자가 대도시 시장을 맡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도시 자체는 물론이고 광역권(메트로폴리탄)을 쇠락의 늪으로 빠트린다.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한 사례가 있다.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다.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 산업 메카다. 포드 지엠 크라이슬러 본사가 위치한 덕분에 도시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13년 파산했다. 파산 규모는 약 200억 달러로 미국 파산 도시 중 최고 액수였다. 재정 파탄 결과는 참담했다. 1950년 미국 제5위(인구 180만 명) 도시에서 지금은 27위(인구 64만 명)로 추락했다. 인구 유출로 도시는 침체 늪에 빠졌다.

디트로이트는 왜 파산했을까. 자동차로 특화된 산업 구조, 지역정치에 매몰된 특정 집단(노동자와 아프리카계 흑인 등) 우대 정책, 대규모 건물 중심의 도시재생 전략, 자동차 산업 구조재편과 첨단화 실패, 도시 내 인적 자원의 다양성 부족, 불량한 지역사회 리더십 등이 얽히고설켜 만들어낸 결과다. 그 중심에는 불량한 리더십을 가진 ‘콜맨 영’ 시장이 있다.

콜맨 영(1918-1997)은 남부 앨라배마 출신이다. 디트로이트로 이주해 1935년(17세) 포드에 입사했고 노동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이후 진보당, 전미자동차노조(UAW), 전국 흑인 노동자 회의(NNLC) 등에서 활동했다. 1940년대에는 열렬한 공산주의자였다. 영의 정치적 둥지는 디트로이트 이스트사이드였다. 이곳을 기반으로 민주당 후보로 1960년 미시건주 하원의원, 1964년 미시건주 상원의원에 진출했다. 민주당 텃밭이고 아프리카계 흑인 공동체 거점이자 좌파 온상(溫床)이었기에 손쉬웠다. 1973년 디트로이트 최초 흑인 시장으로 선출됐다. 이후 영은 아프리카계 흑인과 전미자동차노조 지원으로 무려 20년간 시장 직을 수행했다.

하지만 영의 정치적 성공은 디트로이트 비극이었다. 진보주의자답게 채택한 흑인과 노동자 우대 정책은 중산층 백인들을 주변 도시로 빠져 나가게 만들었다. 1970년 인구 55.5%가 백인이었으나 2008년 11.1%로 줄었다. 백인 인구 유출은 자신의 정치 생명은 연장시켰지만 세수(稅收)에는 역효과였다. 세수 감소는 공공 서비스 축소로 이어져 중산층 엑소더스를 심화시켰다. 게다가 천문학적 재원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르네상스센터 등)는 재정을 더욱 악화시켰다. 영 이후 후임 시장들도 모두 혁신적 통합적 리더십 소유자가 아니었다.

디트로이트 몰락과 파산은 경제적 문제다. 그런데 ‘도시의 승리’라는 책을 쓴 하버드대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는 뉴욕과 비교해 디트로이트 몰락을 시장의 리더십 부재(不在)라는 정치적 시각으로 진단했다. 1970년대 미국의 오래된 공업 도시들은 핵심 산업 경쟁력 약화로 도시 경제가 쇠퇴하기 시작했다. 뉴욕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뉴욕 시민들은 코크(1978-1989), 딘킨스(1990-1993), 줄리아니(1994-2001), 블룸버그(2003-2013) 등 중도와 실용 노선을 걷는 시장을 뽑았다. 이들은 기술 혁신, 중소기업 육성, 외부 시장과 강력한 유대 전략 등으로 뉴욕 경제를 부활시키는데 성공했다.

디트로이트는 정반대였다. 콜맨 영을 시작으로 2013년까지 아프리카계 흑인 출신이자 진보주의자가 시장으로 뽑혔다. 영을 비롯해 후임 시장들은 디트로이트라는 로컬 정치권의 독특한 속성(노조 지향 정치)에 물들었고, 로컬 정치권 논리에 순응하는 불량한 대응방식(흑인 우대 분리주의)으로 일관하면서 불량한 리더십(분열주의적 행태, 부패, 무능 등)을 보여줬다. 그 결과는 도시 경쟁력 약화와 파산이었다. 글레이저 교수는 뉴욕 부활과 디트로이트 몰락을 비교하며 두 도시의 차이는 시장 리더십에 있다고 주장했다.

광주는 국내외적으로 인정받는 대도시다. 전남을 포함해 광역권 인구가 300만 명이 넘는다. 만약 광주 시장 리더십이 통합적이지 않고 특정 세력 지향적이라면, 혁신적이지 않고 기존 가치관에 매몰돼 있다면, 어떻게 될까. 광주는 물론이고 전남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광주 시장에는 콜맨 영과 같은 불량한 리더십이 아닌 통합적이고 혁신적인 리더십 소유자가 필요하다.

오늘날은 국가 경쟁력보다 매가시티 중심의 지역 경쟁력을 중시한다. 대도시 광주를 중심으로 ‘지역 국가(Region State)’를 구축하려면 지도자 리더십이 요체(要諦)다. 디트로이트 사례가 대도시 시장 리더십의 중요성을 웅변하고 있지 않은가. 올 6월 선출될 광주 시장 리더십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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