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대원 본령 헌신·희생 이어가겠다” 화정아이파크 구조대 김선종·김세웅·한건종 소방관 사고 직후부터 투입돼 수습 완료까지 ‘악전고투’ “교훈 삼아 역량 강화 통해 안전 광주 만들겠다” 안재영 기자

2022년 03월 01일(화) 20:04

지난 1월11일 오후 3시46분께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건설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수색·구조 작업에 투입된 소방대원들이 철근과 콘크리트 더미 등을 치우며 진입로를 확보하고 있는 모습. <광주소방안전본부 제공>

“전례 없는 붕괴사고 현장에서 밀려들던 공포심을 애써 다독이며 임했던 구조활동도 결국 마무리가 됐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다시 한 번 숭고한 사명의식이 구조대원의 본령임을 되새기며 어떠한 어려움 앞에서도 헌신과 희생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발생 직후부터 수색·구조 활동에 투입된 김선종 소방장(광주소방본부 특수구조대)·김세웅·한건종 소방교(119특수구조단 특수구조대)들은 당시 현장은 ‘막막함’ 그 자체였다고 회상했다.

(사진 왼쪽부터)김선종, 김세웅, 한건종

현장 도착 전, 단순히 비계발판이나 가림막이 넘어진 사고로 예상했으나 마주한 현실은 참혹했기 때문이다.

철근콘크리트 일부는 구조물에 매달려 불안한 상태였고 낙하물이 주변을 뒤덮어 현장 진입조차 여의치 않은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은 쉽지 않은 싸움을 직감했다.

외부 잔해물 제거와 안전진단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구조작업을 위해 처음 내부에 진입했을 때 막막함은 더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일념과 각종 현장에서 쌓은 경험들이 구조대원들의 발걸음을 이끌었고 용기를 북돋았다.

그러나 추가 붕괴 위험이 여전한 탓에 수색·구조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또 방화복을 입은 몸을 이끌고 계단으로 39층까지 오르내리는 것은 숙련된 베테랑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낙하물이 떨어지고 위험 조짐을 알리는 사이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울려 정신적인 피로를 더했다.

실제 지난달 2일은 28층 건물 외벽에 매달려 있던 26t규모의 대형 콘크리트 잔해가 떨어지며 인명 피해가 발생할 뻔한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이렇듯 위험성과 난이도가 높은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누구보다 투철한 사명감때문이었다.

땀에 젖은 몸이 영하의 날씨와 매섭게 부는 찬바람에 식어 추위에 떨 수밖에 없었지만 누구 하나 구조작업에 소극적으로 임하지 않았다.

그 덕에 진입로 확보와 실종자 수색 등 일련의 과정들엔 점차 속도가 붙었고, 투입된 대원들은 마치 ‘한 몸’처럼 손발을 맞춰갔다.

구조대원들이 서로를 의지하고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생각하며 전심전력으로 구조 활동에 임하자 실종자들이 하나둘씩 수습되기 시작됐다.

신체적·정신적 피로가 누적돼 날이 갈수록 몸은 지쳐 갔지만 포기하지 않고 구조 활동을 이어간 결과 29일이라는 긴 사투 끝에 6명의 희생자들은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유례없던 고위험·고난이도 현장이었던 만큼 구조 활동이 끝난 지금 대원들의 소감도 남다르다.

김선종 소방장은 “안도와 탄식이 교차되며 심신이 지쳐가는 와중에도 구조대원으로서의 가슴 한 켠에 간직한 ‘사명감의 불씨’덕에 버틸 수 있었다”며 “이번 경험을 통해 숭고한 사명의식이 구조대원의 본령임을 되새기며 어떠한 어려움 앞에서도 헌신과 희생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김세웅 소방교는 “누구 하나 소극적으로 임하지 않고 임무를 분담하지 않았음에도 손발이 척척 맞으며 현장을 수습하는 것을 보며 구조대원이 정말 멋진 보직임을 되새겼다”며 “이번 현장에서 느낀 부족한 부분을 탄탄하게 보완해 안전한 광주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건종 소방교는 “이번 현장은 고층에 다량의 철근콘크리트가 쌓여 있어 구조 활동에 어려움이 많은 현장이었다”며 “갈수록 커지고 복잡해지는 현장에 맞춰 다양한 구조기술과 지식습득, 장비운용 등 구조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