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너머에는 ‘누가’ 있을까? / 정해웅 |
| 2022년 03월 02일(수) 19: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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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학습 결손으로 인한 학업 격차를 들 수 있다.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학습 결손의 차가 더 크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2020년 1학기 때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우왕좌왕하며 원격과 등교를 번갈아하는 동안 학생들 사이에 학력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게 됐다. 언론보도에 이런 사례가 실린 것을 본 적이 있다. 한 교사가 학생에게 너 참 ‘이지적이구나’라는 말을 했더니 그 학생이 화를 냈다고 한다. 화를 낸 이유가 선생님의 ‘이지적’을 ‘easy’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런 웃지 못할 상황이 단지 코로나19로 인해서 일어난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가속화시킨 것만은 분명하다. 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결손을 해소하기 위해 반별로 수업을 진행하기보다는 학습멘토를 활용해 멘토 한 명당 소수의 학생들을 분배한다. 또한 진행되어지는 학습을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온라인으로 따로 교육하는 제도가 정착돼 있다는 언론보도를 접했다. 이제는 온라인 수업만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있다고 만족해서는 안 된다. 학력 격차가 더 커지기 전에 정부의 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둘째, 사회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의 감소로 인한 사회성 격차를 들 수 있다. 온라인 상의 만남이 다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대면의 기회가 많아질수록 대면 만남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학생들 역시 친구와의 소중한 추억들을 쌓을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물론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학생들에게는 비대면의 수업이 도움을 주고 있는 건 사실이나 학교라는 공간은 단지 공부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졸업 후 사회에 나갔을 때 맺게 될 다양한 인간관계를 배우는 장소라는 측면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성 격차가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성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 담임 선생님과 학생의 깊은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성이라고 하면 많은 수가 모여서 어떤 활동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진정한 사회성은 나와 남을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며 영혼과 영혼이 만나는 진정한 교제를 할 때 생겨난다고 믿는다. 그러기에 우리는 단지 대면 수업만이 아니라 학생들이 ‘진정한 사회성’을 경험하고 기를 수 있도록 다각도의 노력과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셋째, 심화되는 소득격차는 학생들의 심리적 우울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 속담에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다. 내가 경제적으로 힘든데 다른 사람을 돌아볼 여력도 없으며 심리적 여유도 없어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학생들을 만나다 보면 코로나19 때문에 가정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다른 친구들은 다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만 그렇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서는 그 학생에 대한 심리상담이나 심리치료 개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적 빈곤이 아닌 절대적 빈곤 앞에 놓인 학생들에게 심리치료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무력감이 들기도 한다. 학교에서 장학금을 주기도 하고 상담실과 연계해 학습에 필요한 지원도 하지만 그것은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라는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경제적으로 무너진 가정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라는 김동환님의 시가 있다. 시인은 ‘산 너머 남촌에는 무엇이 있을까‘라고 하지 않고 왜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라고 했을까? 시인은 바로 ‘사람’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니라 ‘누가’가 있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싸우는 것도 ‘사람’이고 이 코로나19 너머에서 우리와 우리의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장애들을 극복해 나가야 할 주체도 사람이다. 우리는 우리의 학생들에게, 그리고 사람을 다루는 교육에 답이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