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초등생 명심보감 필사 “아동학대 아니다” 학벌없는시민모임 “조사 관점 잘못·재판정시 책임져야” 오복 기자

2022년 03월 02일(수) 20:10

광주사립초등학교에서 초등생에게 점심시간 명심보감 필사를 시킨 행위가 ‘아동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방자치단체의 판단이 나왔다.

2일 광주 남구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남구 아동행복과장 주재로 아동전문기관 관계자와 상담심리학 대학교수, 아동학대예방 경찰관, 남구청 직원 등 총 6명이 참여한 가운데 통합사례판단 회의를 열고 참석자 전원이 ‘이는 적법한 교육지침이자 정서적 아동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판정한 이유는 교사가 특정 학생을 대상으로 명심보감을 필사시키지 않아 특정성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점과 지역 내 다른 학교에서도 이 같은 행위를 교육 지침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도 부가적인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고 남구는 설명했다.

남구는 담임 교사로부터 명심보감 필사를 지시받은 같은 반 학생 6명의 참고인 조사 결과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조사에서 학생들 모두 ‘이런 교사의 행위가 정서적인 학대라고 생각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남구 관계자는 “학생들을 힘들게 하려는 의도나 목적이 없었다는 교사의 진술과 이 같은 행위가 교육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종합적으로 살펴보니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학부모 측은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가 잘못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남구청에 아동학대 판정을 촉구했던 학벌없는시민모임은 “이번판정은 피해아동이 아닌 다른 다수의 판단으로 결정돼 조사방식 자체가 잘못됐다”며 “수사당국의 기소 결정이 나올 경우 재판정을 하겠다고 한 남구청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2월23일 해당 학교 학부모 A씨는 아들 B(8)군이 담임교사로부터 6개월간 ‘점심시간 교실 밖 외출금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기간 B군은 명심보감을 한자씩 옮겨 적는 ‘머쓱이’라는 처벌을 받았고, 점심시간 이후에는 화장실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이에 학교 측은 입장문을 내고 ‘감금이 아니라 학습 습관·생활 규범 내면화를 위한 보충 지도였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를 도입했다’고 반박했다./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