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또 철수’…호남 민심 ‘부글부글’ 시·도민들 “충장로에서 사과한 지 며칠 됐다고” 尹·安, 후보 단일화 전격 선언 “공동정부 구성” 이재명, “역사와 국민 믿는다…꿋꿋하게 갈 것” 김진수 기자

2022년 03월 03일(목) 20:23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후보 단일화를 전격 선언한 가운데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지역 표심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지역민들은 특히, 안 후보가 지난달 27일 있었던 광주 충장로 유세에서 대선 완주 의사와 함께 과거 바른정당과의 합당 문제를 사과했는데 불과 나흘 뒤 윤석열 지지로 돌아서자 허탈감과 함께 농락당했다는 반발 기류마저 나타날 조짐이다.

실제 안 후보는 충장로 유세에서 과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합쳐 바른미래당을 만든 것에 대해 “급하게 할 일이 아니었다”고 사죄하고 “광주시민과 호남에 계신 분들에 진정한 진심과 의도를 설득하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 평생의 한”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세를 지켜본 지역민들은 “안철수가 짠하다”며 “이번은 아니더라도 추후 안철수에게도 기회가 찾아오면 좋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안 후보가 이날 전격적으로 윤 후보의 손을 들어주자 “안철수가 또 배신했다”며 지역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어 호남에서의 윤 후보 지지율이 되레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광주시민 김명오(56)씨는 “안철수 후보가 충장로에서 대선 완주 의사를 거듭 밝힌데 이어, 광주시민에게 사과까지 해 진정성을 믿었다”면서 “불과 4일 만에 또 호남인들의 뒤통수를 때린 것”이라고 분개했다.

전남도민 박운병(57)씨는 “호남은 어려울수록 표심이 뭉치는 경향이 있어 오히려 이재명 후보에 대한 결집이 더 강해질 수 있다”면서 “광주 표심은 수도권 호남향우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야권 후보단일화가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앞서 윤석열·안철수 두 후보는 이날 오전 8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의 정권교체, 즉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 오직 국민의 뜻에 따라, 대한민국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대전환의 시대를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동선언문에서 “저희 두 사람이 함께 만들고자 하는 정부는 미래지향적이며 개혁적인 국민통합정부”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국민통합정부는 대통령이 혼자서 국정을 운영하는 정부가 아닐 것”이라며 “인수위원회와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며 역사와 국민 뜻에 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말했고, 윤 후보는 “안 후보의 뜻을 받아 반드시 승리해 함께 성공적인 국민통합정부를 반드시 만들고 성공시키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와 관련, “역사와 국민을 믿는다”며 “민생 경제, 평화, 통합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겠다.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지만 사실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터에서 한 유세에서 “세상에 잔파도는 많지만, 민심의 도도한 물결은 파도가 거부할 수 없다”며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집단지성이 우리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를 ‘잔파도’에 비유한 것이다.

/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