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신철 作 ‘봄이 왔어요’ |
|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내 뒤에 그의 기척이 있었다. 돌아서면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늘 나를 따라다녔다. 결코 보이지 않았다. 내가 가는 곳에 그는 함께였다. 도망치듯 뛰어보아도 소용없었다. 꼭 그만큼의 간격으로 나를 쫓아왔다. 그리곤 나를 걱정해주었다. 사랑도 줬다.
그걸 왜 이제야 깨닫게 됐을까. 그와 나 사이의 공간에 눈뜸이 이제야 이뤄졌다.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이가 들어버렸다는 거다. 청춘의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는 이야기다. 그에게 지루함을 주고 싶지 않다. 그럴려면 끝없이 가꿔야 한다. 그리고 새로움으로 채워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의 젊음이 저만큼 달아나 버릴 것이다.
나는 여전히 그를 사랑한다. 내 기억에서 그가 가물가물 사라져 희미해질지라도 그를 놓지 않지 않을 것이다. 그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나를 알게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또 사랑을 배운다. 그와 함께 함으로써 행복해진다.
하루가 다르게 햇볕의 강도가 달라지고 있다.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그를 맞이할 가슴을 열어야겠다. 남도 들녘을 걷고 싶다, 내 뒤의 그와 함께.
아, 싱그러운 봄이다!
<경기 양평에서 화가 신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