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와 국민통합 / 오수열
2022년 03월 06일(일) 19:25
오수열 조선대학교 명예교수 / 광주유학대학장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결과야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이 분석하기로는 선거 판세가 역대 어느 대선보다도 혼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 결과 예측이 매우 어렵다고 한다.

그동안 그래도 국민들의 뇌리에 유력 정치인으로 각인되어온 4명이 치열하게 각축해온 다자구도에서 ‘국민의 힘’과 ‘국민의당’ 후보가 단일화되면서 선거는 사실상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 간의 양자 대결로 압축되었다.

그런데 이처럼 두 양당의 후보가 단일화되는 것을 지켜본 유권자들 간에 격렬한 의견대립 양상이 나타났고, 이것이 SNS를 통해 그대로 표출되고 공방이 지속 되면서 자칫 선거 이후의 국론분열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염려되고 있다.

평소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는 필자는 자연스레 각종 단체나 모임에 참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보화의 추세 속에서 여러 모임마다 이른바 ‘단톡방’이라는 것을 만들어 공지사항을 전달하거나 상호 간 소통의 도구로 삼는 경향이 늘어가고 있다.

대선이 과열되기 전 더 구체적으로는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단일화를 이루기 전까지만 하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던 단톡방에 단일화를 계기로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하였다. 회원들 간에 찬반의 공방이 나타났고, 드디어 본질은 제쳐두고 인신공격의 징후가 드러나더니 마침내 회원 가운데 단톡방에서 나가버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쯤되면 상대방에 대한 절교를 선언한 셈인 것이다.

정치란 무엇일까? 오랫동안 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친 교수들에게도 쉽게 정의하기 어려운 명제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정치란 마약과 같은 것이고, 선거는 많은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갈등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사실 정치학 교수들이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선거의 기능’을 설명할 때는 대표를 뽑는 기능과 함께 국민을 통합시키는 기능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첫째는 맞고, 둘째는 틀렸다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왜 정치학에서 선거에 국민통합의 기능이 있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국가를 통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들, 대표적으로 ‘가치의 분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갈등과 분열을 선거를 통해 용광로처럼 녹여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정치선진국들의 경우 선거 과정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다가도 일단 당선자가 결정되면 패자는 결과에 승복하고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승자는 패자에게 그동안의 경쟁에 감사를 표하면서 위로의 말을 건낸다.

이렇게 함으로써 정치는 다시 평상심(平常心)을 회복하게 되는 것이고, 갈라졌던 민심은 당선자를 중심으로 통합을 도모해 나간다. 물론 경쟁은 자연스럽게 다음 선거로 연기되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역대 대선에서 이념(Ideology)을 완전히 달리하는 정당이 권력을 놓고 경쟁한 사례가 없으며, 그러한 점에서 본다면 이번 제20대 대선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 힘’은 이념적으로만 놓고 보면 크게 차별성을 갖는다고 볼 수도 없으며 단지 그 구성원의 정치적 성장환경과 연대 그리고 지향점에서 다소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해방정국과 6·25전쟁에서의 우익과 좌익처럼 근본적으로 함께할 수 없을 만큼 적대적인 관계라고는 보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선거 과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두 유력후보와 정당 간의 대결은 마치 불구대천인 원수지간의 막장 대결로 치닫고 있고, 여기에 일반 국민들마저 편이 갈라져 싸우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스럽고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단톡방에서의 대립과 감정악화에 결국 필자가 중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우리는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다시 일상의 삶을 살아가야하며 얼굴 보고 도와가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대선 후보를 포함한 정치인들이 서로 경쟁하되 최소한의 금도를 지키며, 국민들을 최악의 대립상태로 몰아넣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쟁할 수는 없을까…?

결론적으로 9일의 선거에서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그에게 안겨진 최대의 과제는 ‘국민통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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