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춘자 씨의 하루 / 손증호

2022년 03월 06일(일) 19:25

손증호

꽃을 좋아하는데 나이가 무슨 대수랴
예순 셋 춘자 씨 이름 속에 봄이 들어
반올림 웃음자락이 열일곱 처녀 같다

탱고에 배꼽춤에 꽃띠가 따로 없지
깔 깔 깔 웃다보면 송이송이 이쁜 꽃
춘자 씨 발그레 피는 하루가 탱탱하다
(시집 ‘달빛 의자’, 고요아침, 2017.)

[시의 눈]

세상 변해도 봄꽃엔 싫증이 나질 않습니다. 꽃에 왜 나이를 붙이는 가요. 바야흐로 춘자, 춘식, 춘삼, 춘심이의 철입니다. 고향 집에선 마당 가 걸솥에 지필 장작과 데칠 봄나물이 기다립니다. 코로나 세상이더니, 오랜만에 오색실 파는 방물장수 할머니의 보따리처럼 봄이 펼쳐집니다. 장광 곁의 매화가 ‘깔깔깔’ 저만 보란 듯 야단입니다. 그는 ‘송이송이’ 웃음을 퍼뜨립니다. 담 아래 개나리도 ‘이쁜’ 손을 듭니다. 나더러 예순 셋이라니요. 이래 뵈도 난 ‘열일곱’이에요. 춘 자 돌림이잖아요. 그러니 ‘배꼽춤’ 추듯 즐거워지지요. 이제부터 종횡무진 뛰어 볼랍니다. 짜증은 내어서 무엇 하겠어요. 이 봄날 일감 많아 ‘발그레’한 나날이 연이어졌음 해요. 나요, 오늘은 힘을 돋우려 도다리도 사놨지요. 잠깐 앞 언덕배기로 쑥 캐러 가야겠어요. 옛 어머니의 솜씨는 아니더라도 레시피 갖춰 조리할 거예요. 딸애도 팔을 걷습니다. 막걸리 사러 가는 발걸음에 누가 용수철을 달아 놓았는지 ‘탱탱하게’ 튕겨 자빠질 뻔도 합니다. 먼지로 삭아가는 고향집 마루를 식구들이 닦습니다. 하, 곰팡이 저도 봄꽃이라며 검버섯 핀 우릴 다 쳐다봅니다.

손증호 시인은 경북 청송에서 나 계명대 국문학과를 졸업했고, 2002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해 시조집 ‘침 발라 쓰는 시’(2011), ‘불쑥’(2016) 등을 냈습니다. 그는 대상과 현상에 현학적 수사를 입히지 않고 필요적 정서를 투영해 시의 실용도를 높이는 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