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발급은 따로?…확진자 사전투표 준비 부족 ‘대혼란’ 야외서 수기장부기입 후 내부서 선거관리원 인쇄 투표함 미설치…1시간 대기 기침 연거푸 하기도 오복·안재영 기자

2022년 03월 06일(일) 20:01

확진·격리자도 소중한 한표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오후 광주 남구 빛고을노인건강타운에 마련된 효덕동사전투표소에서 확진·격리자들이 투표하고 있다./김애리 기자

코로나19 확진·격리자의 사전투표가 진행된 지난 5일, 선거관리위원회의 미흡한 진행 절차와 준비부족 등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특히 선거관리원이 여러명의 투표용지를 따로 인쇄해 교부하는 방식과 기표한 용지를 투표함 없이 선거관리원에게 전달하는 것에 따른 시민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선관위는 이날 오후 5-6시에 한해 코로나19 확진·격리자를 위한 사전투표소 내 별도의 야외 투표공간을 마련해 운영했다.

선관위의 대선 투표관리 특별대책에 따르면 확진·격리 유권자들은 투표 안내 문자 메시지나 입원·격리 통지서 등을 제시해 투표사무원에게 자신이 확진자라는 사실을 확인받아야 하고, 접촉을 피하기 위해 신분증과 지문 스캔 대신 선거인 본인 여부 확인서를 반드시 수기로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수기로 인적사항, 서명 등을 기록한 후 선거관리원이 내부투표소에서 인쇄된 투표용지를 다시 가져와 교부하는 복잡한 투표절차로 대기시간이 길어졌고, 투표함도 일반투표소에만 설치돼 투표용지를 직접 넣지 못하는 유권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5일 광주 남구 봉선1동사전투표소에서 한 시간을 기다려 투표했다는 권모(63)씨는 “지난주 코로나가 확진돼 격리 중 사전투표가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고 채비를 한 후 늦지 않게 오후 5시에 투표소에 도착했다”며 “투표를 마치고 보니 여섯시가 훌쩍 넘어있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총 4명의 선거관리원이 야외 투표소에 상주했고, 인적사항과 서명을 수기로 기입 받은 후 4명 중 1명은 사전투표소 내부로 들어가 인적사항이 적힌 수기 작성을 확인해 투표용지를 인쇄, 다시 야외투표소로 가져와 교부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 때문에 방역복을 입은 선거관리원들은 야외기표소와 내부기표소를 오가며 시간이 지체돼 긴 줄이 이어졌고 이에 증상이 심한 확진자는 연거푸 기침을 했다.

같은 시각 광주 서구 상무1동 사전투표소에서도 마찬가지로 방역복을 입은 선거관리원이 확진자들을 대신해 건물 안팎을 오가며 신원 확인과 투표용지 발급 절차를 대신했다.

이런 상황에서 확진·격리유권자와 일반유권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제대로 분리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민 이모(32)씨는 “늦게라도 투표하기 위해 헐레벌떡 달려왔는데 섰던 줄이 알고 보니 확진자 전용 줄이었다”면서 “뒤늦게 관계자가 확진자냐고 물어봐 다시 줄을 옮겨 서긴 했지만 확진자들과 함께 있었다는 게 조금은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야외투표소에는 따로 투표함이 마련되지 않아 유권자들은 투표를 마친 후 선거관리원에게 표를 전달하고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PCR검사 후 격리 중에 나온 박모(64)씨는 “혹시 중간에 별도로 보관했다 운반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투표함에 넣는 것도 투표자의 권리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일 “전날 실시된 코로나19 확진 선거인의 사전투표에 불편을 드려 매우 안타깝고 송구하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날 오전 배포한 입장문에서 “우리 위원회는 이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선거일에는 국민이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이번에 실시한 임시 기표소 투표 방법은 법과 규정에 따른 것이며, 모든 과정에 정당 추천 참관인의 참관을 보장해 절대 부정의 소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오복·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