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문 한글편지’ 발견 정명광 학예사 “동학농민혁명 연구·대중화 힘쓰겠다” 나주서 민보군에게 붙잡혀 모친에게 작성한 글 동학농민군 한글편지 유일·국어학적 가치 높아 김다인 수습기자

2022년 03월 07일(월) 19:30

2019년 6월 ‘우리 곁의 동학농민군 이야기’ 개막식에서 정명광(왼쪽) 학예사가 전시해설을 하고 있다.

동학농민군 한달문 편지.

“돈 300여냥이면 어진 사람 만나 살 묘책이 있어 급히 사람을 보내니, 어머님 불효한 자식을 급히 살려주시오. 그간 집안 유고를 몰라 기록하니 어머님 몸에 혹 유고 계시거든 옆 사람이라도 와야 하겠습니다.”

이는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한 동학농민군 ‘한달문’이 모친에게 보낸 한글편지 내용이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이 편지는 지난달 10일 국가문화재로 등록 예고됐다.

편지가 세상에 드러나기까지 보이지 않는 한 사람의 발품이 담겨있었다. 주인공은 한달문 편지 원본을 찾아 기증 약속까지 받아낸 당시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서 근무했던 정명광 학예사다.

동학농민혁명은 지난 1984년 ‘보국안민·제폭구민’ 정신을 내세워 고부에서 봉기한 역사적 사건이다.

1919년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9명이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했던 이들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학농민군의 정신이 한국 근현대사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1859년 6월2일 화순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한달문은 전라도 남부지역 동학혁명에 참여했고 나주에서 활동하던 중 붙잡혀 나주감옥으로 이송됐다. 이듬해 3월 석방됐지만 곤장을 맞아 생긴 상처가 덧나 1895년 4월1일 3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한달문 편지는 1894년 12월 ‘나주 동창 유기모 시굴점’에서 민보군에게 붙잡힌 한달문이 모친에게 작성한 문서다.

동학농민혁명 당시 나주는 집강소의 설치를 거부한 곳으로 농민군과 관군 모두의 관심을 받는 지역이었다. 이는 농민군의 활동 및 통신의 중간 지점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사료된다.

정 학예사는 특별전시 ‘우리 곁의 동학농민군 이야기’를 준비하던 중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록 서류에서 한달문 편지 복사본을 접했다.

그는 “‘실물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변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편지의 역사적 가치와 중요성을 떠올리면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수소문 끝에 한달문의 손자인 한우회씨와 극적으로 연락이 닿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렇게 정 학예사가 직접 편지의 실물을 확인하고 기증 약속까지 받아낸 뒤에야 한달문 편지 원본이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다.

한달문 편지는 동학농민군 관련 한글편지로는 유일본이라는 점과 당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1차 사료, 조선 말기 전라도 방언 및 한글 서간문 형식을 볼 수 있어 국어학적 가치, 부유층 접주급 인물 한달문이 혁명에 참여했다는 것을 유추해 동학농민혁명이 단순 하층 농민들만의 봉기가 아니고, 전봉준, 손화중, 김개남 등 기존 알려진 동학농민군이 아닌 무명동학농민군이라는 점 등을 높은 가치로 인정받아 문화재로 등록된 바 있다.

정 학예사는 편지 발견 당시를 회상하면 ‘희열감’과 ‘씁쓸함’이 동시에 느껴진다고 말했다.

정 학예사는 “유광화 편지와 한달문 편지의 실물을 찾는데 걸린 시간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다. 동학혁명 관련 연구와 관심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단 것을 알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동학농민혁명이 가진 역사적 가치에 비해 조명이 덜 됐다. 동학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대중화를 위해서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7월 정 학예사가 발견한 양반가 자제 동학농민군 유광화(1858-1894) 편지 역시 문화재로 등록된 바 있다.

/김다인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