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책이 향하는 곳 / 주세연

2022년 03월 08일(화) 19:53

주세연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센터장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만남의 자리를 만들거나 적극적인 구애 공세를 펼치곤 했다. 청년층을 겨냥해 여러 정책들을 제시했지만, 청년의 마음을 열기가 좀처럼 쉬워 보이지 않는다. 무한 경쟁의 시간을 보내며 혼자 살아남아야했던 이들이 다시 사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단기간에 될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사회가 이제는 청년과 청년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정책적 의지까지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정책은 2003년 정부의 ‘청년실업 현황과 대책’을 시작으로 실업과 고용 중심으로 접근해 추진되어 왔다. 청년문제를 실업이라는 한시적 현상으로 규정하고 고용지표에서만 해결책을 찾아온 것이다. 2010년대에 들어서서 청년단체들은 실업해소 정책만으로는 청년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고용뿐만 아니라 주거, 건강, 부채, 문화 등의 영역을 포함한 청년의 삶을 포괄하는 정책을 요구했다. 이에 지방정부는 발 빠르게 청년의 참여를 바탕으로 청년정책을 도입하고 시행했다. 현재 전 연령 대상 국민취업지원제도로 확대된 청년수당이 그 일례다. 이후 2020년 청년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청년이 겪는 문제에 대한 다차원적 접근이 이루어지는 근거가 마련됐다. 지방정부에서 시작해 중앙정부로 정책이 수립되는 방향은 청년정책의 특징 중 하나이다.

청년정책은 청년이라는 단어의 포괄성에 따라 정책도 그 범위를 폭넓게 아우르고 있으나 중심에는 청년기를 ‘이행기’로 보고 이행을 지원하는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이행기’란 교육과정을 마친 이가 노동, 주거, 결혼 등을 통해 독립해 나가는 시기를 뜻한다. 90년대 이후 대학진학률이 높아지고 교육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경제적 독립 역시 늦어지면서 이 시기를 칭하는 언어가 새롭게 생겨 났다. 의존상태에서 독립 상태로 나아가는 이행기는 기존 정책에서 포괄되지 못했고, 이 시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지원하는 청년정책이 형성됐다.

이러한 이행과정을 지원하는 청년정책은 본질적으로 현금이 아닌 서비스의 형태로 제공되는데 이 역시 청년정책의 특징 중 하나이다. 이행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제각기 다르고 각자의 욕구도 저마다 달라, 이 차이는 금전적 지원의 수준 문제로 환원되지 않는다. 개개인을 만나 상황과 욕구를 파악하고 이에 근거해 필요한 급여나 서비스를 연계하는 과정을 가진다. 이 과정에서 청년과의 관계와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제공하는 인력의 역량과 역할이 정책 성공의 필수요소이다.

최근에는 이행기관점 청년정책의 한계지점도 이야기 되고 있다. 일자리에 진입하더라도 독립상태로 나아가는데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의 질, 저임금, 불안정성 등의 이유로 근속하지 못하고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다 다시 의존상태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행과정만을 지원해서는 청년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확인된다.

청년문제를 다루는 많은 연구들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사회불평등과 사회 격차를 지적하고 있다. 청년이 사회진입 초기에 겪는 문제는 청년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즉 청년문제가 청년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서 청년정책의 방향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결국 청년정책이 사회 격차를 유지시키는 제도 및 관성을 깨트리고 사회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방향으로 정책의 지렛대 역할로 나아가야한다.

청년의 삶을 나아지게 하겠다는 약속이 실질적인 청년정책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청년정책의 목표와 방향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한철 불리우다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