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R 검사 기피’ 깜깜이 코로나 확산 우려 격리 싫어 ‘키트’ 양성 불구 검사 기피 현상 심화 자가격리자 무단 이탈 대책 없어 시민 불안 커져 안재영 기자

2022년 03월 08일(화) 21:04

오미크론 대유행 속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8일 오전 광주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사를 받으러온 시민들을 안내하고 있다./김애리 기자

#대학생 이모(24)씨는 최근 두통 증상이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가진단검사를 했다. 그 결과 양성이 나왔지만 PCR 검사는 받지 않았다. 확진 판정을 받아도 별다른 의료 지원도 없고 격리해야 할 일주일이 너무 길고 답답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큰 이상증세가 없고 확진된다고 해도 제대로 된 치료도 없이 약 먹는 게 다인데 일주일 간 격리는 무의미하다고 생각된다”며 “스스로 그날 몸 상태에 맞춰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게 현명한 것 같다”고 밝혔다.

#주부 윤모(45)씨는 요즘 들어 외출을 꺼리게 됐다. 지난 주말 자녀와 함께 간 카페에서 한 손님이 ‘확진됐지만 답답해서 밖에 나왔다’고 말한 전화 통화를 들은 뒤 언제 어디서 자가격리를 이탈한 확진자와 마주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기 때문이다. 윤씨는 “자가격리자 관리 앱이 폐지되면서 확진자에 대한 관리가 하나도 없어 이런 사태가 초래됐다”며 “자신의 편의만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예전보다 불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8일 기준 최근 일주일 간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2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PCR 검사’ 기피자가 늘어나면서 지역 내 ‘깜깜이 감염’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또 자가격리자에 대한 위치 확인과 관리 등이 전무해 확진자가 격리 방침을 어기고 이탈하거나 다른 사람과 접촉해도 즉각적인 제재가 불가능해 이전보다 더 위협받는 일상에 시민들의 불안감 섞인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26일부터 방역체계가 오미크론 대응체제로 전환되면서 고위험군을 제외하곤 자가진단키트 검사 양성 반응 이후 선별진료소를 통해 PCR검사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확진 판정이 일괄 진행되던 것과 달리 양성 여부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고, 별다른 지원 없이 격리되는 재택치료에 거부감을 느끼고 검사를 기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또 지난달 9일 방역당국이 확진자 폭증에 따라 이들에 대한 동선 추적과 확진·밀접접촉자의 위치를 실시간 확인하는 방식을 중단하면서 사실상 확진자들에 대한 관리를 포기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해 윤씨는 “최소한의 제재도 없는데 정부가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높지 않고 증상이 가볍다고만 말해 자신의 편의만 생각하는 이들이 는 것 같아 너무 불안하다”며 세밀한 관리 체계와 강력한 처벌 제도를 촉구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양성 통보를 받은 자는 검체채취일로부터 일주일 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해당 기간 동안 자가격리자가 대면진료나 예방접종 등 필수 목적을 제외하고 무단이탈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실제 확인할 방법이 없어 자가격리자의 이탈을 제재할 방법은 ‘자율적 양심’ 뿐이다.

이러한 가운데 의료 전문가들은 경증 증상의 경우도 있지만 독감보다 2배 정도 증상이 심한 경우도 더러 있어 PCR검사는 원칙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광주시의사협회 최정섭 수석부회장은 “최근 신속항원 검사서 양성 판정을 받아도 PCR을 받지 않고, 그냥 감기처럼 약을 먹고 지내는 분들이 많아 숨어있는 환자는 실제보다 1.5배 더 많을거라 생각된다”며 “일주일 격리로 본인 활동이 제한되는 불편함이 있지만 가족을 포함한 주위에 전염 될 수 있어 PCR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