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키워야 / 김기홍 |
| 2022년 03월 09일(수) 20: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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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이 통제되던 1983년 음악적 재능 하나로 먼 타국인 이탈리아로 홀연히 유학을 떠난 대학생이 있다. 역대 최고 성적으로 서울대학교 성악과를 수석으로 입학했으나 세계 최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낯선 타국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다. 1986년 해외로 떠난 지 3년 만에 이탈리아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그녀는, 한 단계 한 단계 예술적 재능을 발휘하여 어느덧 세계적인 지휘자 카라얀으로부터 “100년에 한 번 나올만한, 신이 주신 최상의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게 된다. 또한 한국 클래식 음반 역사상 최초로 누적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하며 세계 정상의 성악가로 성장한 그 유학생이 소프라노 조수미다.
수화 김환기 화백, 소프라노 조수미에게 우리 국민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얼까? 우리나라는 5천여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찬란한 문화예술의 꽃을 피워 왔지만 세계화에는 더딘 걸음을 걸어왔다. 아마 김환기 화백, 소프라노 조수미가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을 세계에 알리고 그 가치를 한 단계 끌어 올려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담겨있지 않을까?
예로부터 전남은 예향으로 불리고 있다. 마한의 토기부터 고대 일본의 기틀이 된 백제의 융성했던 문화예술, 고려시대 강진 고려청자, 조선시대 가사문학과 판소리 등 전남의 문화예술은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활짝 핀 꽃이었다. 문화예술의 꽃이 필 때마다 뛰어난 인재들이 그 중심에 있었고, 그들이 양성한 후학을 통해서 후대로 이어져 지금의 ‘예향 전남’의 기틀이 됐다.
미래의 문화예술은 국경이나 장르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반면, 문화적 정체성은 뚜렷해지고 나라의 국력이 문화예술의 가치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BTS, 오징어 게임 등 K-POP과 K-드라마 콘텐츠를 중심으로 문화적 영향력을 전 세계에 확대해 소프트파워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또한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여건을 지속 개선하고,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에도 앞장서는 등 문화예술을 국가산업의 영역으로 확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전남에서도 급변하는 세계적 흐름과 국가 정책을 선도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다.
전남은 2017년부터 예능영재 키움 사업으로 음악·미술·무용 등에 재능이 있는 335명의 청소년들에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앞장서서 지원하고 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지만, 될성부른 나무를 알아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떡잎부터 잘 키워가고 있다. 무한한 가능성과 미래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영재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전남도가 꿈 사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올해도 예능 분야에서 재능있는 청소년 120명을 선발해 전남예술고(무안)·한국창의예고(광양)·진도국악고에서 주말이나 방학 동안에 전문 강습을 진행한다. 특히 연주회·전시회는 물론 유명 예술인 초청 강연 등 현장 프로그램을 더욱 다채롭게 마련해 예능 영재들의 체험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신청 자격은 가구소득 인정액이 중위소득 150% 이하면서 부모와 함께 도내에 거주하는 청소년으로 학교의 교사나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의 추천을 받아 오는 29일까지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전남의 예능영재 키움 사업으로 떡잎부터 체계적으로 성장한 예능 영재들이 김환기·조수미의 뒤를 이어 한국예술의 세계화에 앞장설 수 있기를 기대하며 문화예술이 풍성한 전남의 미래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