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고려인마을, 우크라 전쟁 중 희소식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 최비탈리씨 손자 몰도바 피신 안재영 기자 |
| 2022년 03월 09일(수) 21:50 |
국내 고려인단체들이 우크라이나에 있는 고려인 동포들의 안전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하는 가운데 희망적인 소식이 광주 고려인마을에 들려왔다.
전쟁 발발 후 “심장이 너무 떨린다. 무슨 방안이 없느냐”며 눈물 짓던 광주 고려인마을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 동포 최비탈리(64)씨의 손자가 무사히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인근 몰도바로 피신했다는 것.
최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우크라이나로 거처를 옮겨 농사로 연명하다 지난 2014년 국내로 이주해왔다. 두 아들과 손자들이 광주와 논산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손자(13)는 현지에서 학교를 마치고 18세가 되면 조국(祖國)으로 오기로 해 잔류한 상태였다.
그러나 러시아 침공 후 둘째 며느리(우크라이나인)가 수시로 손자와 연락을 하고 있었지만 언제 연락이 끊겨도 이상하지 않아 최씨는 하루 하루 속이 타들어갔다.
이러한 가운데 손자가 친지의 도움으로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몰도바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10일만에 처음으로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최씨의 며느리 최아나스타시야씨가 아들을 만나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채비를 마치고 몰도바로 떠날 예정이지만 몰도바 주재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여행증명서를 받을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며 고려인종합지원센터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를 비롯한 지도자들은 최씨의 손자가 무사히 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관계부처의 도움을 요청할 계획이다.
고려인3세인 신조야 대표는 “나도 역시 소련 해체 후 우즈베키스탄에서 살기가 너무 어려워 우크라이나로 가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적이 있었다”며 “하루 속히 이들 모두가 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 이용섭 광주시장은 고려인마을을 방문,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 시장은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을 강력히 규탄하며 광주는 어떠한 경우에도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는 전쟁은 반대한다”면서 “우리 광주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에서 리 안드레이씨는 “우크라이나는 지금 돈도 없고, 음식도 없고, 날씨도 매우 춥다. 의약품, 생활 필수품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많은 국가와 사람들이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운송수단과 전달에 어려움이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이 시장은 “현금, 생활 필수품 등을 마련해도 이것을 싣고 갈 비행기가 없고, 현지에 도착하더라도 어떻게 배포할 것인지 현실적 제약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면서 “여러분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광산구와 함께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다만 지금이 전쟁 중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광주시나 대한민국의 힘만으로 안되는 일도 많을 것이다”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중앙정부와 최대한 노력하겠다. 현지 가족들과 계속 전화로 소통하면서 어려움을 잘 극복해 가시길 바란다”고 위로했다./안재영 기자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