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의 지혜 / 윤은상

2022년 03월 10일(목) 19:41

윤은상 前 광주교육연수원 총무부장

나는 ‘자연인’이란 TV프로를 좋아한다. 모든 욕심을 버리고 자연 그대로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들이 산속으로 들어간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그들도 한때는 세상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공도 있었으나 실패와 배반과 좌절을 겪고 건강을 잃은 후에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곳이 자연이다. 그들이 내려놓고 사는 자연에는 수영장은 없어도 끝없이 흐르는 계곡이 있었고 정원은 없지만 넓게 전개되는 산야와 들판이 있었고, 전등은 없지만 해와 달과 수많은 별들이 있었고, 손수 농사를 지을 자연이 있었다. 자연과 더불어 소박하게 살아가면서 잃었던 건강도 삶의 행복도 회복하게 된다.

인간의 욕망이란 끝이 없다. 어느 정도 더 얻어야 만족할지 가늠이 안 된다. 한 개를 채우면 두개, 3개 아니 전부를 얻고 싶어 한다. 양 99마리가 있는 사람은 한 마리를 더 채우려 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그들이 정상의 자리에 있다 하더라도 누리는 기쁨은 잠시 뿐 더 큰 공허감과 상실감을 느낄 것이다.

우리의 삶은 이미 선진국에 진입하여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낳아졌다. 상당수가 아파트와 자동차를 소유하는 등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삶아간다. 그러나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이 더 많은 물질, 더 좋은 집과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고 비교하면서 나의 불행이 시작된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을 참지 못하는 마음 때문이다. 물질이 없어서가 아니고 상대적인 박탈감 때문이다.

국가의 잘못된 정책으로 부동산가격이 폭등해 ‘벼락부자,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국민들 간의 소득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사회적인 빈부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각종 범죄가 늘어가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도 스스로 노력하여 가난을 극복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난한 사람이 부자 되기가 더욱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 코로나19의 지속으로 자영업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이 심하다. 부자까지 일률적으로 지원하는 것보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에게 더 두텁게 지원하면서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정책이 아쉽다.

벼락부자를 꿈꾸며 한탕주의를 노리는 사람들은 다단계, 옵티마 사기, 가상 화폐, 도박, 주식, 마약에 빠져들고 있다. 탐욕에 이끌려 양심을 저버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길 수 없기에 변칙과 반칙을 동원한다. 국가가 도와주지 않아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나의 뜻대로만 되지 않는 것이 세상사가 아닌가. 탐욕의 끝은 실패와 좌절뿐이다. 끝없이 폭락하는 비트코인 때문에 그들은 고민하고 있다. 욕망에 이끌려 살다 보면 자아를 잃어버리고 자신도 모르게 욕망의 노예가 되어 대낮에도 벌거숭이가 되어 걸어가는 것조차도 모른다. 그들은 경쟁에서 실패하여 부와 명예와 건강까지 잃고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살 아니면 인간의 본연의 마음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재산이 많은 사람은 재산으로 인해 괴로움이 생기고 권력이 있는 자는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괴로워하고 있다. 아무리 물질적인 여유와 정신적 자유를 누린다 하더라도 자기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상대적 열등감이나 차별적 생각에 빠지게 되면 행복은 사라진다. 돈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높은 지위가 인생의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자족할 줄 아는 자가 가장 넉넉한 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마음 편하고 좋은 사람과 교류하면서 가치 있게 살아가는 것이 최고인 것 같다. 물질이란 살아가면서 불편하지 않을 만큼 가지면서 자족하는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다. 작은 것에도 자족할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하다. 남아 있는 세월 함께하고 싶은 분들과 소박하게 얘기 나누며 사랑하리라. 마음을 비우니 욕심이 없어지고 욕심이 없어지니 사랑하는 마음이 솟아오른다. 마음이든 물건이든 남에게 주어 비우면 그 비운 만큼 반드시 채워진다. 남에게 좋은 것을 주면 준만큼 더 좋은 것이 나에게 채워지고 돌아온다. 차고 넘치면 비워야만 다시 채워진다는 진리를 생각하며 늘 가난한 마음 빈 마음 청결한 마음으로 살아가면 행복으로 채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