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의웅의 캔버스 산책]‘구름천사’

2022년 03월 13일(일) 18:28

노의웅 作 ‘구름천사’

어린 시절 산과 밭두렁에 벌렁 누워 하늘을 쳐다보면 두둥실 구름이 토끼가 되기도 하고 코끼리가 되기도 했다. 그럭저럭 한 모양에다 약간의 상상력이 보태지면 안 되는 형상이 없었다.

구름을 가지고 하늘을 도화지 삼아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일은 언제 떠올려도 가슴 찡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어린 시절은 나의 잊지 못할 추억이다.

나는 어릴 적 하늘에다 그림을 무척이나 많이도 그렸다. 나의 그림에는 많은 구름 천사들이 하늘에 떠 있다. 어느 구름은 선명하게 어느 구름은 가물가물하게 나타냄으로써 내가 원근법을 잘 알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렇게 깨끗한 구름은 언제 보아도 바래지 않은 채 날마다 산뜻한 하얀색을 유지하고 하늘의 푸르름과 어울려서 나의 머리 속 화폭은 그지없이 밝고 화려했다.

하늘 한쪽에는 작은 구름 하나,둘,셋 겹치듯 포개져 곡선을 그리며 하늘 멀리 미끄러지고 그중에서 제일 이쁜 구름은 친한 여자친구 같았다. 해는 막 중천에 뜨고 흰구름 천사구름 얼굴에 눈,코,입 그리고 연지를 그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바람은 구름에 기대어서 낮잠이 들었을까?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구름과 놀고 있을까? 저 파란 하늘과 구름은 근심도 걱정도 없어 보인다.

초등학교 입학을 하고 1-5학년이 되어도 계속 연필도 크래용도 필요 없는 하늘에다 나만의 그림을 그리곤 했다.

저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가면 갈수록 아름다운 곳 천사들이 사는 곳이라는 환상이 있었다.

나는 되도록 먼 곳을 보고 싶었다.

멀리 보면 볼수록 신비한 천사의 나라가 있으리라, 생각을 많이 했다.

<양과동에서 노의웅미술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