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튀김집

2022년 03월 13일(일) 18:39

박홍재

냄새가 마중 나와 코끝을 이끄는데
기름이 자글자글 끓는 소리 경쾌하다
막걸리 앞에다 두니 친구 녀석 생각난다

말랑한 속살 맛과 바싹한 겉모습이
말끝은 까칠해도 깊은 속내 닮아있어
네 생각 떠올리면서 막걸리잔 높이 든다
(시집 ‘바람의 여백’, 책만드는집, 2021.)


[시의 눈]

단골은 아니지만 이따금 가는 집이 있었지요. 비 오거나 눈 오는 날이면 더 그랬어요. 김내과병원 건너 튀김·파전·빈대떡을 파는 집이랍니다. 80년대 시위가 한창일 때 우린 화염병과 곤봉세례를 피해 그 집에서 만났지요. 툭시발에 틉틉한 막걸리를 그득 따라주며, ‘힘내소, 대학원 공부할려면 잘 먹어야 써!’ 친구는 내 손을 잡고 한 손으로는 뜨끈한 튀김을 쥐고 있었습니다. 마주친 술잔을 숨도 안 쉬고 들이키고는 쥔 튀김과 함께 그는 골목으로 사라졌지요. 이후 튀김집은 붐볐지만 그가 없는 자린 늘 쓸쓸했구만요. 그땐 ‘상추튀김’이 인기였습니다. 오징어발 튀김이나 고구마 튀김을 양념장에 발라 상추에 싸서 먹는 메뉴였지요. 쇠도 녹일 듯 끓는 기름밭에서 건져낸 튀김이란 꽃에 앉으려는 나비처럼 유혹적이었어요. ‘말랑한 속살 맛과 바싹한 겉모습’이 노랗게 익어 입맛 다시게 했으니까요. 튀김은 뾰쪽하게 ‘까칠해도’ 속맛은 친구와 닮았다는 걸 늦게야 깨달았습니다. 그는 오래 감옥생활을 했지요. 중년이 넘어서야 출소했습니다. 헌데, 얼마 전 그가 우리 곁을 떠났어요. 오늘은 그 부음을 들은 지 오년이 흐른 날이지요. 퇴근길에 문득 튀김을 싸들고 온 봄밤입니다. 김이 오른 그 한 점을 집다 말고, 양념장인지 눈물인지 찔끔 상추에다 쌉니다.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에서 나, 2008년 ‘나래시조’로 등단해 시조집 ‘말랑한 고집’(2017)을 냈습니다. 그는 노동현장에 대한 고뇌와 생활 속의 뚝심을 미학이란 그릇에 고봉으로 담아내는 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