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까다로워”…골목형 상점가 사업 ‘유명무실’ “600여평에 점포 30개, 현실성 없다”…광주 6곳뿐 중기부, 시·도에 완화된 법규안 통보…개정은 ‘아직’ 양시원 기자

2022년 03월 13일(일) 18:50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골목형 상점가’ 사업이 현실성 없는 기준 탓에 유명무실해져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광주지역 상인회와 상점가 등에 따르면 광주시와 각 자치구는 조례에 골목형 상점가 지정과 관련 ‘2천㎡(605평) 이내 면적에 소상공인 운영 점포가 30곳 이상 밀집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해당 구역 내에서 상시 영업 중인 상인의 50% 이상 동의는 물론 토지와 건축물 소유자의 절반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골목형 상점가 사업은 동네 골목상인에게 전통시장 상인에 준하는 혜택을 부여하는 정책이다. 예를 들면 치킨가게 사장들이 상인회 또는 협동조합 등을 꾸릴 경우 환경 개선, 공동 마케팅, 상품개발 같은 지원과 온누리 상품권 취급점으로 인정해 준다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 내용이다.

지난 2020년 8월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 개정돼 시행됐고 각 기초지자체가 상점가 지정 및 운영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광주는 북구가 2020년 10월30일, 남구가 2021년 3월29일, 광산구가 2021년 3월31일자로 각각 조례를 시행했다.

하지만 광주지역에 해당 조례에 맞는 상권은 그리 많지 않다. 북구는 상대적으로 면적이 넓고 골목 상점가가 있어 ▲전남대 후문, 운암동 황계상가, 용봉지구, 매곡동 등 4곳의 골목형 상점가를 발굴 및 지정했으나 광산구는 지난해 5월25일 산정상인회를, 남구는 10월1일 백운 대성시장을 각각 관내 1호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해 광주 골목형 상점가는 총 6곳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방영길 첨단패션의거리 상인연합회장은 “골목형 상점가 지정 신청을 위해 지자체 등과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쳤으나 결국 현실성 없는 기준 탓에 무산됐다”며 “우선 상인회에 들어오지 않는 상점가가 많은 데다 조례에 규정된 ‘2천㎡(605평) 이내 면적에 상점 30곳 밀집’이란 조건은 지역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 회장은 이어 “허울 뿐인 사업이 되지 않으려면 현재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해 법 개정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병식 첨단 LC타워 상가번영회장도 “우리 상인회가 입점해 있는 상가는 5층 규모의 집합건물인데, 1층 면적이 약 1천200평 정도 돼 골목형 상점가 지정 기준에 맞추려면 상점이 60곳이 있어야 하나 45곳 밖에 없어 해당 사업 신청을 포기했다”며 “현실에 맞는 기준 적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는 “전국적으로 상인회는 물론 각 지자체에서 ‘골목형 상점가’ 기준이 까다롭고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아 지난 1월11일 ‘해당 구역의 토지 소유자와 건축물 소유자 절반 이상의 동의 필요’ 규정을 제외하는 완화된 참고 자치 법규안을 각 시·도 등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기준 광주시와 각 자치구는 아직 해당 조례를 개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각 지자체 골목형 상점가 담당자들은 “조례안 개정은 의회 절차가 있어 향후 개정 추진을 계획 중에 있다”면서도 “현장에서는 중기부가 최근 완화한 ‘토지·건물 관련 규정’보다도 면적 및 입주 상가 기준에 의해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많아 지자체 조례보다 우선시되는 중기부의 기준 법령 자체가 개정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고 전했다.

담당자들은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지자체에서 최대한 가능한 상권을 자체적으로 검토 및 발굴하고 골목형 상점가 지정을 신청하는 상인회 또는 상점가와 지속적 회의를 통해 지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