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대응 자원봉사활동의 새로운 방향 / 채종순

2022년 03월 14일(월) 19:35

채종순 광주시 자원봉사센터장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의 시대, 기후재앙의 시대라고도 일컬어지는 냉혹한 현실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라. 많은 사람들이 기후의 심각성을 인지하지만, 행동은 왜 쉽게 바뀌지 않을까? 남도의 푸짐한 인심 따라 음식물쓰레기는 단연 1등이다. 단순히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르다고 덮어버릴 일은 아니지 않은가?

행정안전부가 연구한 자원봉사참여 실태조사(2020)에 따르면 자원봉사참여 동기를 묻는 문항에서 응답자들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76.9%로 가장 많았다. 이와 연결된 다른 문항에서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는데 자원봉사가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비율이 85.1%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연구에서 환경에 대한 관심(21.0%)이 많으나, 실체 참여(11.5%)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여건이 부족해 자원봉사 활동분야 선호도와 실제 활동내용은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우리가 주목하는 기후 위기 자원봉사활동의 방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인간은 가까운 미래에 대해서는 위험을 회피하고자 하지만, 먼 미래라고 생각되는 일은 소망의 동기가 있어야만 선택한다는 것에 주목해보자. 사실 1912년 8월14일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기사도 있었다. 무려 100년도 더 된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의 경고를 우리는 알면서도 그 심각성을 받아드리지 않고 지금에 이르렀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생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감염병이 단순한 바이러스만의 문제가 아닌 기후를 망가뜨렸던 인간의 선택에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환경에 대해 이야기할 때 즐겁게 이야기해야 더 효과적이라는 것인데 요즘에는 그래서 무거운 의무감에서 심각하게 뭔가를 하기보다는 의미 있는 일도 즐거운 놀이처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기업의 환경캠페인도 즐거움이나 선택의 만족감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환경보호캠페인을 손쉽고 재미있게 접근하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폐기되는 신용카드를 재활용해 부루마블 게임을 만든 사례나, 친환경 전기차 회사가 내부 장식을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것들을 보더라도 요즘 ESG에 동참하는 기업들은 환경캠페인을 할 때 진지하게 말하지 않는다.

너무 심각하게 얘기하지 않는다. 미래를 위해 따로 시간 내서 환경운동을 해야 한다는 이런 엄중하고 또 심각한 메시지가 오히려 소비자들을 도망가게 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소비자들이 제품을 즐겁게 사용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환경 보호에 동참하게 하는 제품들을 출시하는 추세다.

봉사활동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아무리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재미나 흥미를 일으키지 못하면 오래 갈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담배꽁초 함부로 버리지 마라는 캠페인은 숱하게 본다. 담배꽁초에 있는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로 쓸려가서 어패류가 먹고 다시 우리 몸으로 돌아온다고 말해도 담배 피는 사람 중에 꽁초를 배수구에 버리지 않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당장 눈앞에 안 보이면 그만인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배수구에 꽁초를 버린다.

자원봉사자들은 ‘바다의 시작’이라는 이름으로 하수구 맨홀뚜껑 주위로 고래를 그리면서 담배꽁초 버리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물론 벽화그리듯 정성스럽게 하면서도 재밌게 그림을 그린다. 메시지를 전달하기에는 충분하다. 활동에 참여하는 시민들도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우리는 재미라는 요소와 더불어 광주시 침수취약지역을 대상으로 배수구 유입구 및 주변 정화활동과 인식개선 캠페인 활동, 커뮤니티 맵핑 봉사활동을 통한 시민참여 활동을 시작한다. 유해폐기물인 담배꽁초를 비롯한 각종 쓰레기와 낙엽들이 배수구 유입구 주변을 막지 않도록 관리함으로써 환경보호와 자연재해 예방에 기여할 예정이다.

결국 자원봉사활동도 재미와 의미를 담아 당장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활동을 하지 않는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미래에 대한 경고’에서 벗어나 ‘미래에 대한 소망’으로 기후 캠페인과 행동의 메시지를 바꿔볼 때다.

몇 백년 후에 우리 후손에게 끔찍한 미래를 물려줄 것인가를 묻는 접근법 대신에 몇 백년 후에 당신의 아들과 딸 또 그들의 아들과 딸, 자손들이 똑같이 만끽하기를 소망하게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캠페인을 전개해 보자. 우리 함께 희망찬 내일을 소망하며 당장 할 수 있는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재미있고, 의미 있게 실천할 프로그램을 찾고 행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