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인재’로 확인된 화정아이파크 붕괴

2022년 03월 15일(화) 19:48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는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두 달간 진행한 조사 결과, 무단 구조변경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39층 바닥 시공방법 및 지지방식을 당초 설계와 다르게 임의로 바꿔 PIT층(배관 등을 설치하는 별도의 공간)에 콘크리트 가벽을 설치함에 따라 슬래브 작용 하중이 증가했지만 안전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 건축공사 표준시방서 상에 시공 중인 고층건물의 경우 최소 3개층에 가설 지지대를 설치해야 하나 PIT층 하부 동바리를 조기 철거해 건물 하부방향으로 연속붕괴를 유발했다. 콘크리트 강도 부족도 확인됐다. 해당 건축물에서 채취한 대다수 시험체가 설계기준의 85% 수준에 미달한 것으로 철근과 부착 저하를 유발, 붕괴 등에 대한 건축물의 안전성 저하로 이어졌다. 물을 추가한 불량품이라니, 어이가 없다.

조사위는 감리자의 역할이 부족했다고도 했다. 건축심의 조건부 이행사항인 원설계자와 시공 시 관계 전문기술자와의 업무협력을 이행하지 않았으며, 현장에서 사용한 검측 체크리스트에 세부 공정의 검사항목이 빠져 있었다. 특히 데크플레이트 지지용 콘크리트 가벽 및 36-38층의 동바리가 제거된 상황 등을 확인 못하고 후속 공정을 승인했다. 만일 감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사고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이번 공식 조사 결과는 사고 발생 초기부터 제기된 내용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결국에 안전시스템이 무너진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던 셈이다. 조사위는 3주 후 세부 사항을 보완해 국토부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국토부는 관계기관에 엄정한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사건이 중대하고 국민적 관심이 높다. 익히 언급한 대로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의 최고 수준의 제재가 내려져야 할 것이다. 건설 현장의 불법과 비리, 만연한 관행까지 송두리째 뽑아내는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하겠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다. 무고한 희생을 부르는 날림 공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종합대책도 조속히 마련해 시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