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주순선 전남도 전략산업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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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만 하더라도 도로를 달리는 전기차를 보면 신기해서 한번 더 쳐다보곤 했다. 그러던 전기차가 어느덧 자동차의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사인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 전기차 판매는 연간 7천300만대에 달하고 신차 판매량의 61%를 점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같은 성장에는 탄소배출을 줄여 지구 온난화를 막아야 한다는 사람들의 인식전환과 기술발달이 배경이 되었다. 그렇다면 친환경선박의 경우는 어떠할까? 전기자동차만큼의 확산세와 기술진보를 이룬 것은 아니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개발과 실증이 이루어지고 있다. 선박도 만만치 않은 온실가스를 내뿜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선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3% 정도로, 이 시각에도 대륙을 오가는 10만여척 이상의 상선들과 각 나라 연근해 소형선박들이 뿜어내는 탄소배출량은 이산화탄소 세계 5위 배출국인 일본의 총량과 맞먹는다고 한다.
UN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조치 등을 시행하지 않을 경우 선박의 탄소 배출량이 오는 2050년이면 전 세계 배출량의 17%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해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50%로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하여 이행을 강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선박의 탄소배출 저감은 조선사, 해운사의 명운이 걸린 현안이 되었다. 그렇다면 선박의 탄소배출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일차적으로 선박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을 잘 걸러내는 방안부터 보다 근원적으로 오염물질을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 전기나 수소를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방안 그리고 LNG, 암모니아 같은 저탄소, 무탄소 친환경연료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나아가 적은 연료량으로 더 멀리 운항할 수 있는 고효율 선박을 만드는 것도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한 예로 LNG 연료를 상용할 경우 기존 선박 연료유 대비 황산화물(SOx) 배출이 거의 없고, 질소산화물(NOx)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25%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지난 3월4일 우리나라 친환경선박 역사에 이정표로 남을 국내 최초 순수 전기추진차도선 진수식이 목포 삽진산단에서 있었다. 2020년 ‘전기추진 차도선 및 이동식전원공급시스템 개발(2020-2024·451억원)‘ 정부 공모사업을 확보한 이래 전남도와 목포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함께 2년여 노력한 결과 총 톤수 420톤의 전기추진차도선이 마침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본격 실증을 거쳐 상용화 단계에 이르게 되면 깨끗한 연안 대기환경 조성과 연료비 절감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2021년에는 LNG와 암모니아를 활용한 ’혼합연료 해상실증 및 기술개발사업(2021-2025·415억원)‘과 해외에서 독점해온 LNG 화물창 설계 기술료(척당 100억원)를 절감할 수 있는 ‘친환경선박 극저온 단열시스템 국산화실증 기반구축사업(2021-2024·252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올해에는 수소 추진선 및 재생에너지 활용선박 공모사업유치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전남은 전기추진선부터 혼합연료선, 수소·재생에너지 활용 선박에 이르기까지 육해상 테스트베드를 모두 갖춘 친환경선박의 선두주자로 나서게 되는 셈이다.
한국의 조선산업은 1970년대 초 세계시장에 진출한 이래 흥망성쇠를 반복해왔다. 가깝게는 2020년까지 약 10여년간 중국의 저가공세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다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액화천연가스(LNG)선박 등 친환경선박 수요가 늘면서 다시 부활의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만약 우리가 혹한기에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꾸준한 기술개발과 경험을 축적하지 않았더라면 2021년 전 세계 LNG 발주선박의 89% 수주 같은 부활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미래 세계 친환경선박시장은 28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부터 하나씩 준비해 나가야한다. 선박은 항상 반박자 앞서 키를 조작해야만 목표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미래 친환경선박 시장 선점을 향해 지금부터 방향키를 맞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