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주의적 지원 시급한 우크라 고려인동포들

2022년 03월 16일(수) 19:3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에 거주하는 우크라 출신 고려인들이 현지의 가족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해하는 가운데 하나 둘 무사귀환하고 있다는 낭보가 들려오고 있다.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사연이 연이어 전해졌다. 남루이자씨는 손녀가 긴급 전화를 통해 지인을 따라 우크라이나를 벗어났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항공비가 없어 발이 묶인 상태였다. 애태우던 남씨는 고려인마을과 함께 계좌번호 없이 실시간 송금이 가능한 국제 계좌를 통해 항공비를 보낼 수 있었고, 손녀가 다음주면 광주로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최비탈리씨의 손자는 우크라 탈출 6일 만에 고려인마을에 도착했다. 손자는 몰도바를 거쳐 루마니아까지 피신했으나 항공비와 입국 비자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어머니 최아나스타시야씨가 터키를 통해 루마니아로 들어갔고 주재 한국 대사관의 도움으로 비자를 받아 조상의 땅을 밟게 됐다.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전쟁을 피해 귀국하려는 동포의 수는 30여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인마을은 안전한 국내 입국을 지원하기 위해 산하 고려방송(93.5Mhz)을 통해 생방송을 진행, 500만원을 모금했다. 성금은 우크라를 탈출했으나 항공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가족들의 귀환을 위해 쓰이고 있는 상황이다.

천신만고 끝에 손자를 재회한 최씨는 항공비를 못 구해 눈물을 삼키는 고려인마을과 연고를 가진 동포들의 애타는 심정을 알기에 마냥 기쁨을 드러낼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고려인마을 측은 동포임을 증명할 여권이 없어 입국비자 발급에 애로를 겪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토로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평화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결과를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전쟁이 장기화 양상으로 진행될 수 있고 지금보다 더 끔찍한 민간인 사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가족을 현지에 두고 온 고려인동포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 같다.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중앙정부와 지역사회의 노력을 재차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