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춘기획전 연계 전시 ‘마음의 생태학Ⅱ : 말하는 풍경’展 초록 만난 ‘풍경’…희망 더하고, 꿈을 채우다 홍인숙·박상미·최지이 등 작가 6명…자연 풍경 활용 40여점 선봬 29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 최명진 기자

2022년 03월 17일(목) 19:23

임수범 作 ‘넘나드는 세계’

진민욱 作 ‘Stroll & see 201112’ <광주신세계갤러리 제공>

따스한 3월의 햇살 아래 공기의 질감이 부드러워진 듯 느껴진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다시 펼치며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는 시기가 돌아왔다.

평소 눈에 들어오지 않던 작은 생명들의 꿈틀거림이 보이고, 항상 거닐던 길에서 새로움을 발견한다. 분명 우리는 똑같은 봄을 맞이하고 비슷한 풍경을 바라보는 듯하지만 사실 그 안의 서로 다른 것에 집중하고,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기억을 남긴다.

매일 비치는 햇살의 변화가, 항상 지나치던 가로수의 나무가, 그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아름답게 가꿔진 정원의 식물이, 그 밖에 일상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소재들이 작품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개인적 경험과 사유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다가오는 봄을 맞이하며 자연의 다채로운 풍경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광주신세계갤러리는 오는 29일까지 ‘마음의 생태학Ⅱ : 말하는 풍경’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1년 신춘기획전 연계 전시로 지난해에 이어 전시 주제를 확장시켜 선보이는 자리다.

자연 풍경 이미지를 활용해 개인적 경험, 사유의 물리적 흔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가 6명의 다양한 회화와 사진 작품 4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 참여 작가는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홍인숙, 박상미 작가와 영 아티스트 박윤지, 임수범 작가 그리고 봄 분위기 가득한 아트웍을 시도하는 진민욱, 최지이 작가까지 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자연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듯 눈앞의 풍경을 해체하고 재조합해 자연과의 대화 기록을 사각의 캔버스에 담는다. 기억에 남겨진 일상의 이미지와 내면에 담긴 감정에서 비롯된 미래의 상상은 작가만의 주관적 풍경을 만들어낸다.

어린 시절의 기억(박상미), 흘러가는 시간의 흔적(박윤지), 점점 사라지는 삶의 풍경(임수범),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감정(홍인숙), 일상에서 찾고자 하는 정신적 여유(진민욱), 아름다운 지식의 향유(최지이) 등이 자연의 다채로운 풍경을 통해 드러난다.

글씨 같기도 하고, 그림 같기도 한 홍인숙의 작품은 삶의 고단함을 위로하며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며, 쇼윈도를 가득 채운 최지이의 드로잉 역시 쉼 없이 돌아가는 인간관계 속에서도 잊혀지지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에 대한 충실함과 순수함을 보여준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것들의 부재,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대한 관심과 집중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는 작품들도 있다. 외할머니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시작된 박상미의 자연에 대한 사유는 기억의 기록이자 우리 곁을 스쳐 흘러가는 한순간을 포착하고 있으며, 박윤지의 회화는 빛이 만들어내는 순간을 수집해 시간과 함께 흘러가는 것들에 대한 감각적 심상을 표현한다.

우리의 이상과 정신적 여유는 탈 일상적 풍경이 아닌 가까운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는 진민욱은 상상 속의 편집된 풍경을 통해 산책 중 만나는 바람과 새소리, 나뭇가지와 돌 등 천천히 걷는 중에 느끼는 오감체험을 선사한다. 세상의 낯선 변화를 자신만의 템포로 관찰하고 해석하는 임수범은 계속되는 선택을 해야만 하는 세상에 던져진 자신의 모습에 빗대어 미래의 모습을 함께 상상해 보고자 한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