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운의 캔버스 산책]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2022년 03월 20일(일) 18:39

강운 作 ‘마음 산책’

화가가 다른 화가의 작업실을 시공간을 초월해 들여다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디에서 영감을 받으며 어떤 작품을 그리고 싶어 했을까? 피터 웨버 감독의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가 그린 동명의 작품을 통해 영감을 받아 소설로 쓰였고, 그 소설을 각색해 영화로 탄생했다.

영화는 화실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나 작업과정이 세세히 담겨있어 흥미롭다.

그리트 : (그림을 보고) 실제 사물과 색이 다른 것 같아

베르메르 : 이건 바탕색이야, 톤을 결정하지. 명암 말이다. 마른 다음에 푸른색을 얇게 덧바르면 검은색이 보일 거야.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열고) 구름은 무슨 색이니?

그리트 : 흰 색요. 아뇨 흰색이 아니에요. 노란 색요. 파란색이랑 회색도 보여요. 구름도 색이 있네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해하며 공유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시작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귓불을 뚫는 고통을 참아내는 그리트의 귀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피가 눈물과 묘하게 오버랩 된 부분이다. 정적인 화면 안에서 벌어지는 심리적인 마찰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를 재탄생시켰다.

소녀는 얼굴을 돌려 뒤를 바라본다. 맑고 커다란 눈망울에 살짝 벌린 입으로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하다. 나는 소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저 내 감정에 솔직해지고자 할 때 이 작품에서 느꼈던 생각을 캔버스에 쓰고 색으로 속삭여 보는 것이다. 한 폭의 명화를 통해 시작됐을 작은 상상은 다시 ‘마음산책’으로 옮겨지면서 예술은 자신과 대화하려는 자에게만 그 목소리를 들려준다.

<대인동에서 화가 강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