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서순복 품질자치주민자치시민들 대표회장 / 조선대 법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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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빌 클린턴이 아버지 부시와 대결하면서 선거 구호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를 내걸었다. 20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면서 비슷한 표현을 했다. 그런데 1%도 안되는 표 차이로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국민의 힘에서는 정권교체를 해야 자유민주주의와 법치가 된다는 논리를 폈다. 이건 아니라고 본다. 비록 정권교체론 여론이 높기는 했다지만, 노무현정부에서 정권교체해서 탄생한 이명박정부 때 자유민주주의와 법치가 잘 되었는가? 오히려 후퇴했다. 정권교체는 목적이 아니고 수단일 뿐이고, 정권재창출 할 수 있다. 국민의 행복이 목적이다. 통상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하면 대의민주주의가 기본이다. 그러나 대의제의 한계 때문에 직접민주주의적인 여러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예컨대 주민투표, 주민발안, 주민소환, 주민감사청구 등.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먼저 민주주의가 생활 속에서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국회의원 뽑고 대통령 뽑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주민의 민주주의가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바보야, 문제는 마을민주의야’라고. 주민자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 주민자치는 지방자치의 한계를 극복하고 풀뿌리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인 참여의식 고양 등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서 그 필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마을민주주의라면 생활세계에서 지리적으로는 읍면동의 근린수준 범위에서 해당 주민들이 지역사회의 필요와 욕구를 참여에 통해서 실현하는 것이라 일응 말할 수 있다. 지역주민들이 참여하기는 하지만 형편과 처지에 따라서 각각 그 생각들은 다르다. 참여를 기초로 해서 각자의 의견을 공론화를 통해 합의해서 결정하고, 또 협력해서 실행에 옮기는 시스템을 통칭해서 마을민주주의, 풀뿌리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마을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는 현실적인 맥락이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인데, 그것이 너무 보수화되어있고 기존 주류층 주민들에 의해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한계가 있었다. 그것이 혁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을 바꿔보고자 주민자치회가 2013년부터 전국적으로 시범시행 중이다. 시행 10여 년이 되다 보니, 주민자치회를 전면실시 중인 자치단체도 있다. 주민자치회가 마을민주주의를 목표로 제대로 운영되어가면 좋겠다.
읍면동 주민은 몇 만 명인데, 주민자치회 회원은 30-50명이다. 그 안에서 대의제가 발생하니까 ?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주민총회와 분과위원회 제도를 두고 있다. 주민총회는 주민자치회의 최상위 의사결정기구로서 직접민주주의에 가까운 제도이다. 그리고 분과위원회를 통해서 숙의성을 상당 정도 담보할 수 있다. 그 분과위원회는 50명의 주민자치위원들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위원이 아닌 일반주민들도 참여할 수 있게 열어놓았다. 이렇게 총회와 분과위원회가 주민자치위원 50명으로 이뤄지는 제한된 운영을 보완하는 장치이다. 첨단2동의 경우, 분과위원회 안에 협의회를 두어 만 명이 넘는 주민들을 참여시켰다 한다. 마을마다 활발하게 잘 되는 경우도 있지만, 옛날 주민자치위원회와 별 다를게 없는 경우도 있다. 하기 나름이다. 마을민주주의 활성화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주민참여가 먼저 활성화되어야 한다. 참여가 활성화되려면 참여했더니 뭔가 좋은 점이 있더라는 효능감이 있어야 한다. 유창복 교수는 참여의 효능감은 권한이라 했다. 주민들은 동네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핵심 문제를 의논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참여한다. 둘러리가 아닌 권한이 참여의 중요한 필요조건이다. 마을민주주의 활성화의 충분조건은 운영의 민주성과 그 권한의 문제해결력이다. 주민이 참여를 통해 혜택을 받아야 효능감이 완성된다. 권한과 문제의 해결력, 운영의 민주성 이것이 주민자치회가 마을민주주의 제도로서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조건이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바로 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을 두고, 역량이 성숙되어야 하므로, 역량이 성숙되기 위한 교육을 포함한 제도적 보장과 전문적 지원 등 여러 가지가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