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이전, 뭐 그리 급한가 민생 상관없는 일방적 추진에 국민적 반감 예산, 법적 권한 없어 그 자체로 위법 지적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풍수지리’ 해석 나와 김진수 기자

2022년 03월 20일(일) 20:07

20일 국방부 청사 모습.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합참청사로 옮긴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뭐 그리 급한가’

‘코로나19’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민생 문제와 별 상관없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로의 이전 문제가 정가의 핫 이슈로 등장하면서 국민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

당장, 대통령 집무실 이전 예산이 전혀 편성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수백억 원의 혈세를 투입한다는 발상 자체가 위법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매년 국회에서 예산을 심의·의결 받은 후 사용한다. 대통령 비서실, 대통령 경호실 예산이 따로 편성돼 있고, 국회 운영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예산이 확정된다.

그런데 대략 496억원(인수위 발표)에서 1조원(민주당 추산)의 국민세금이 들어간다는 국방부로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예산은 현재 단 한 푼도 편성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광주 북갑)은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꼭 이전하고 싶다면, 대통령 취임 후에 국회 예산 심의를 거쳐서 통과가 된 뒤에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따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대통령 취임 전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한 지시나 요구를 국방부나 국방부장관에게 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당선인이란 신분은 행정명령권 발동 권한이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데 현 정부와 아무런 협의가 없는 상태에서 국방부 청사 이전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집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 당선자는 20일 이 문제와 관련해 “예비비·이전 문제, 현 정부에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미 다 발표한 상황에서 뒤늦게 협조를 요청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선후가 잘못된 것은 물론 사실상 현 정부를 무시하는 행태”란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는 “아직 대통령으로 취임하지도 않은 당선인이 그런 지시나 요구를 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라며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당선인 측의 눈치를 보면서 실제로 움직이고 있다면, 그것은 법적 근거도 없는 행정을 하는 것이다. 정부조직의 체계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윤석열 당선인이 이처럼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코로나19’ 사태나 민생 경제, 국제 안보 문제 등 어떤 이슈보다 가장 먼저 밀어붙이는 이유는 이른바 ‘풍수지리’ 때문이라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민주당 측 인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의힘 관계자도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KBS라디오에서 “일설에는 풍수가의 자문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용산 땅은 대한민국 오욕의 역사가 있는 곳이다. 대통령이 꼭 청나라 군대, 일본 군대가 주둔했던 곳에 가야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도 같은 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한 나라의 대통령의 집무실을 옮기는데 그렇게 꼭 무슨 풍수지리설 따라가듯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면서 “뜬금없이 왜 광화문에서 용산으로 (간다는 건지) 생각만 해도 화가 난다. 풍수지리설 외 무엇으로 해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