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있어도 생계 때문에”…‘샤이 오미크론’ 방역 비상 생활지원비 10만원 턱없이 부족…격리 기피↑ ‘경증’이라는 잘못된 메시지 전달 가장 큰 문제 안재영 기자

2022년 03월 20일(일) 20:07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PCR 검사’나 ‘신속항원검사’를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광주 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위해 줄서 있는 시민들./김애리 기자

#나흘째 두통과 미열을 앓고 있는 직장인 이모(30)씨는 자가진단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정상 출근하고 있다. PCR검사를 받고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최근 회사에서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유급휴가나 공가를 인정하지 않아 자가격리에 들어갈 경우 개인 연차를 사용해야 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확진 판정을 받아도 적당한 치료는 물론 적절한 지원도 없어 검사의 필요성을 모르겠다”며 “턱없이 부족한 격리지원금을 받고 쉴 바에는 제대로 된 월급이라도 받는 게 나아 그냥 출근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자영업자 박모(54)씨는 최근 가게 직원이 확진되면서 고민에 빠졌다. 직원과 한 공간에서 일하는 만큼 그 역시 PCR검사를 받으면 양성 판정을 받을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지만 일주일 간 가게 문을 닫게 될 경우 생계에 어려움은 물론, ‘주인이 확진됐던 매장’이라는 소문이 퍼져 이후 영업에 차질을 빚을까 두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박씨는 “지원금이라도 넉넉했으면 모르겠지만 10만원으로 일주일간 영업을 포기하라는 건 죽으란 거나 다름없다”며 “적절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PCR검사’나 ‘신속항원검사’를 기피하는, 이른바 ‘샤이 오미크론’ 환자가 나오고 있어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는 양성 판정을 받아도 적절한 치료도 받을 수 없어 검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정부가 지난 16일부터 가구당 24만4천원이었던 자가격리 생활지원비를 절반 이하인 10만원으로 낮추면서 직장인과 자영업자에게 일주일 간 격리는 생계에 ‘직격타’가 됐기 때문이다.

또 방역당국이 연일 발생하는 수십만 명의 확진자를 동시 관리할 수 없어 각자 치료 방침을 정해 경증인 경우 코로나 증상이 있어도 감기약을 먹고 버티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일선 의료진들은 정부가 앞선 변이 때보다 가벼운 증상을 수반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역 한 의료계 관계자는 “위중증 여부를 떠나서 감염병이 관리되지 않는 상황 그 자체가 문제”라며 “개인마다 증상이 판이하게 다른데 일관되게 전달되는 ‘독감 수준’이라는 메시지 탓에 감염병에 대해 안일한 생각과 태도를 취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광주시의사협회 최정섭 수석부회장도 “환자 중 독감보다 2배 정도 증상이 심한 경우도 많다”며 “일주일 격리로 인한 활동 제한 등 불편함이 있더라도 가족을 포함한 주변인에게 전염 가능성이 높아 PCR검사는 원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또 전문가들은 검사를 기피하는 사례가 늘면서 정부 차원에서 검사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며 적절한 지원 역시 계속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7일 방역당국은 ‘샤이 오미크론’ 환자가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면 이익을 주는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아직까지는 확진 판정을 받으면 생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학생의 경우에는 등교를 인정하는 조치를 해 불이익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검사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해나가고 검사와 치료를 독려하기 위한 제도적인 혜택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정부에서 하고 있는 조치들은 고위험군이 빠르게 치료를 받고 중증화율과 치명률을 낮추기 위함이다”고 덧붙였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