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조방원미술관 ‘집으로 가는 길’展…5월1일까지 오랜 견딤…익숙한 공간이 주는 진한 울림 캔버스에 담아 지나온 시간 속 길어 올리는 내일의 희망 최명진 기자

2022년 03월 21일(월) 19:51

노여운 作 ‘남겨지다’ <아산조방원미술관 제공>

일상의 순간을 따뜻한 울림으로 시각화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전남도립미술관 분관 아산조방원미술관은 2022년 봄의 시작을 알리는 첫 기획전으로 ‘집으로 가는 길’ 전시를 개최한다.

2년 간의 코로나 상황으로 우리는 역사로만 경험하던 재난을 경험하면서 의식주를 비롯한 모든 환경을 바꿔나갔다. 급격한 변화를 받아들이며 우리의 믿음과 신뢰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과거 등장했던 전쟁, 전염병, 테러 등은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됐다. 이는 당사자가 아니라면 각자의 삶에서 지엽적인 문제로 미뤄지기도 한다.

이런 때 사람들은 익숙한 대상을 찾게 된다.

오래된 공간이지만 가족의 이야기가 축적돼 있고 온정이 오가며 위로가 되는 집, 고향이 떠오른다.

이번 전시는 팬데믹으로 오랜 시간 지친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의 연상을 통해 위로를 전하는 자리다. 강진이·노여운·안희정·임현채·조병철 다섯 명 작가의 45점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일기 그리는 엄마’로 알려진 작가 강진이는 감사와 행복이 곳곳에 배인 작품을 보여준다. 작품의 큰 주제가 되는 가족과 그 관계 안에서 성장하는 자신을 통해 가정의 아름다운 에너지를 전달한다.

작가는 회화뿐 아니라 자수를 통해 가족을 수놓으며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과정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노여운 작가는 오래된 도시의 골목길을 그린다.

오래된 주택가 골목길은 그곳 사람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아파트가 주택의 대표 문화로 자리하면서 사적인 공간 밖의 풍경들은 획일화되고, 이웃 간의 소통은 더 어려워졌다. 그의 작품에서는 과거 골목길에 뛰어놀던 아이들과 동네 아줌마들이 슈퍼마켓 평상 앞에서 수다를 떨고 생활의 꿀팁도 주고받던 풍경들을 회상해 볼 수 있다.

안희정 작가는 본래의 기능이나 가치를 잃은 실존하는 오래된 건물들을 사진으로 찍어 조형물로 재탄생시키고 다시 재촬영한다.

안희정作 ‘곳_somewhere_대전 동구 소제동 299번지’

이는 그 때 그 시절을 추억하는 가상 공간이 되기도 하며 건물이 지닌 장소성과 역사성, 함께 하는 삶의 흔적들을 보여주는 존재의 증명이기도 하다.

임현채 작가는 작가로서, 두 아이의 엄마로서 균형감 있는 삶에 대한 긴장감을 일상의 사소한 풍경으로 담아낸다.

임현채 作 ‘5층 계단’

해맑은 아이들의 흔적들과 일상을 둘러싼 소소한 풍경들이 화사하고 부드러운 오일파스텔을 통해 동화적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녀의 회화는 언젠가는 추억으로 남게 될 현재의 한 장면을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즐거운 에너지로 길어 올리는 듯하다.

조병철 작가는 향토색이 느껴지는 목가적인 풍경과 평범한 일상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세기의 전환기, 2000년 전후 문화코드들이 요동치던 때 만들어졌다. 안온하고 평화로운 그의 회화는 지난 삶의 풍경, 우리가 지켜온 오랜 가치들을 되새기게 한다.

전시는 오는 5월1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