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상의 날을 맞이하여 / 박광석 기상청장

2022년 03월 21일(월) 20:05

박광석 기상청장

도심 한복판에 거세고 강한 비가 사정없이 쏟아내린다. 사진 속 서울에서 말이다. 올해 기상청 기상기후 사진·영상 공모전 ‘대상’은 서울 도심 속 국지성 호우를 담아낸 작품에 돌아갔다. 남한산성 서문에서 찍은 서울의 모습은 ‘콸콸’ 쏟아붓듯 내리는 호우 세례로 일부 지역이 아예 자취를 감춘 상태다. 워낙 국지적 현상이라 바로 옆 동네는 물기 하나 없이 평화롭다는 점이 유독 눈에 띈다. 국지성 호우 외에도 도시를 뒤덮은 짙은 안개, 쌍용오름 현상, 소나기 등 사진전 입상작에는 악기상이 자주 얼굴을 내비치곤 한다. 이는 기후변화 등으로 잦아진 위험기상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커짐에 따른 현상일 것이다.

매년 이처럼 새로운 날씨 사진·영상 작품들이 세상에 공유될 때쯤이면 함께 찾아오는 날이 있다. 바로 ‘세계기상의 날’이다. 매년 3월23일은 세계기상의 날인데, 세계기상기구(WMO)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세계기상기구는 1950년 3월23일 설립된 이래 올해로 62번째 생일을 맞는다. 우리나라는 1956년 2월15일 세계에서 68번째로 세계기상기구에 가입하고, 2007년도 집행이사국으로 선출된 이후 현재까지 집행이사국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며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파트너로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세계기상의 날 주제는 ‘조기경보와 조기대응(Early Warning and Early Action)’이다. 국지성 집중호우로 대표된 이번 사진전 입상작에서도 드러나듯 최근 폭우와 가뭄, 지진 등 극한기상 및 자연재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단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이에 기상청은 위험기상에 대한 조기경보와 조기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먼저 조기경보 및 대응이 피해 최소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지진의 경우, 기상청은 지난해 지진조기경보 발표시간을 기존 7-25초에서 5-10초로 단축시켰다. 또 기상레이더와 위성의 상세입체관측을 통한 집중호우 조기탐지를 강화하고, 인공지능을 적용한 수치예보모델의 예측 정확도를 개선, 단기예보를 상세하게 발표함으로써 기상재해 피해 최소화에 노력하고 있다.

한편 2021년 한반도 기후분석 결과, 작년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은 13.3도로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기온을 기록하였다. 또 17일의 짧은 장마와 큰 기온 변동을 보였다. 전 세계적으로는 서유럽 폭우, 북미 폭설 등 이상기상 현상의 발현과 함께 전 지구의 평균기온이 역대 다섯 번째로 따뜻한 해로 기록되었다.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지구 기온 상승은 기후변화의 한 단면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는 물, 안보, 빈곤, 건강 등 인간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기상청은 기후변화 감시, 원인, 결과, 영향을 아우르는 종합 감시체제를 마련하고, 기후변화 정책 지원 및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기후과학정보 생산에 앞장서고 있다.

2022년 기상청은 기상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또 한 번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미래 신분야(물, 식량, 에너지), 신수요(태양광, 풍력 등) 등에 기상자료를 접목, 지원하여 기상에 대한 시대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움직이고자 끊임없이 노력할 계획이다. 지난 2월 기상청은 서울이 아닌 ‘과학도시’ 대전으로 1차 이전을 완료했다. 새 보금자리에서 처음 맞는 세계기상의 날인만큼, 오랜 역사로 다져 온 기상 발전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슴에 다시 한번 굳게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