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동포 남아니따양 ‘가족 품으로’ 최마르크군 이어 아이 두 번째 입국 동포 30여명 인접국 체류 도움 절실 안재영 기자

2022년 03월 22일(화) 20:25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후 헝가리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 동포 아니따 양이 2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할머니 남루이자씨와 만나 기뻐하고 있다. 아니따 양은 광주 고려인마을 주선으로 이날 입국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동포의 손녀 남아니따(10)양이 22일 인천국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고려인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남루이자(56)씨의 손녀인 남양은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에서 살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피란길에 나섰다. 지인의 손을 잡고 나선 남양은 몰다브를 거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하지만 친지들이 있는 한국으로 입국하려 해도 항공비와 비자 발급 등 현실적인 난관에 부딪쳐 입국에 차질을 겪었다.

이 소식을 접한 남양의 할머니 남루이자씨는 남양의 긴급한 상황을 고려인마을에 알렸다.

이에 고려인마을이 즉각 항공비를 지원하고 입국 비자 발급이 마무리되면서 남양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입국해 꿈에 그리던 가족들과 재회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탓에 어린아이가 피란길에 올라 국내에 입국한 사례는 지난 12일 광주에 도착한 최마르크(13)군에 이어 두 번째다.

이렇듯 고려인동포들의 가족과 친지들이 하나둘씩 입국하고 있다는 낭보가 들려오고 있지만 인접국에서 발이 묶인 채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이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고려인마을 신조야 대표는 “우크라이나를 탈출했지만 루마니아에 머물고 있는 서비올레타씨를 비롯한 일가족 5명이 고려인마을에 긴급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며 “서씨 가족이 입국비자를 받고 한국행이 확정되면 국제송금 계좌를 통해 항공비 전액을 긴급 지원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고려인마을과 연고를 가진 고려인동포 30여명도 우크라이나를 탈출했으나 마찬가지로 항공비를 마련하지 못해 인접국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고려인마을은 지난 1일 개국한 고려방송(93.5Mhz)를 통해 모금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과 지역사회가 힘을 모은 결과 약 700여만원이 모금됐으나 곤란한 상황에 처한 동포들에게 도움을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신조야 대표는 “전국에서 항공권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하지만 비자를 받지 못할 경우 입국이 어려워 여러 제약이 따르고 있다”며 “입국비자 절차가 완료된 동포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며 무사히 한국 땅을 밟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