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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왜 늘 이런가

본사 부회장

2022년 03월 23일(수) 19:43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한국정치와 한국정치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왜 정치를 하는가’ 묻고 싶은 정치인이 좀 많다. 국민이 생각하는 기본 상식과 많이 엇나가 있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한국정치에 만족하지 못한다.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4명 중 3명꼴로 한국 정치 상황에 불만족 조사 결과가 나온다. 75%나 되는 국민이 한국 정치 상황이 마땅찮다.

정치인들이 몸 담고 있는 정당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정당은 집권을 위한 것이다. 정당은 집권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정책을 만들고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을 다해야 한다. 집권의 의지가 없다면 국민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정당은 때로 투쟁도 해야 한다. 그러나 무조건 반대만 한다고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독재정권 시절 소수 야당은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싸웠다.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도 그런가. 대화의 문은 얼마든지 열려있고 대의와 명분이 있다면 국민의 지지로 정책을 관철시킬 수 있다. 그런데 왜 불통이란 말을 듣는가.

대선 패배 이후 호남사람들은 더불어민주당을 주시하고 있다. 실패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개혁의지가 있기는 한지, 호남의 압도적인 지지의 뜻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누구탓 무엇탓 상황탓, 온갖 남탓이 난무하고 있다. 답이 없다. 지방선거 때문에 정신이 없지만 광주전남에서라도 이번 대선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비판, 한국정치의 비전을 강구해야 한다.

5년전 6월 9일 발표된 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대통령이 ‘잘 하고 있다’가 84%다. 역대 대통령 중 최고였다. 그때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어떤가. 8%였다. 그런데, 5년후 지지율 8%였던 그 당에 정권을 내주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년 동안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인가.

지금 한국 정치는 혼란이 절정에 다다랐다. 여야간 극한 대결로 민주주의 대의정치란 찾아볼 수가 없다.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는 여-야간이든 보수-진보간이든 양 진영 모두 특정 요소와 측면만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주의를 상정하고 이를 방패 삼아 자신들의 이익추구 정치에 함몰됐다. 특히 여야 정당들은 국민에게 분열된 민주주의관을 심어주고, 이념적 대결을 순화, 타협시키는 정치 본연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의 이익추구를 우선시하면서 이념적 갈등을 증폭시킴으로써 정쟁만을 가열시켜왔다. 민생은 안중에 없었다.

필자는 이번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각 정당이 ‘민주정치의 가치’ ‘민주정치의 복원’에 대해 진지한 성찰 시간을 갖기 바란다. 민주정치는 상대방을 적이 아닌 선의의 경쟁자로 여기는 체제다. 한국정치는 이기적인 정당옹호정치에 빠져 민주정치 체제가 지금 작동불능 상태에 빠졌다.

민주정치의 요체는 충돌하는 가치 간의 경쟁을 보장하고 이를 관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해야 한다. 적어도 정당이라면, 정치인이라면, 절제 존중 배려 자유 포용 같은 근본가치들을 정치내면화한 정치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그럴 때 민주정치가 비로소 정상궤도에 올라가 국가발전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게 된다.

얼마전에 레고리 핸더슨(1922~1988)의 ‘소용돌이의 한국 정치’(Korea: The Politics of the Vortex·1968)를 읽었다. 그는 한국 정치의 특성을 한마디로 ‘중앙을 향해 치솟아 오르는 소용돌이’로 포착했다. 서울 집중적인 한국 정치는 당파성·개인중심·기회주의와 같은 특성을 띠며, 합리적 타협의 기초가 결여된 채 중앙권력을 향한 맹렬한 소용돌이만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필자는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호남의 한 후보에 대한 몰표가 ‘중앙권력을 향한 맹렬한 소용돌이만’ 아니라고 생각한다. 훼손된 민주정치의 복원, 한국정치의 품위 회복을 간절히 바라는 ‘호남사상 광주정신’의 발현이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선거 이후 곧 시작된 지방선거 출마 정치인들도 ‘나는 한국민주정치의 본질과 가치를 잘 알고 있는가’ ‘나는 왜 정치를 하고자 하는가’ ‘나의 정치 목표는 무엇인가’ ‘나의 정치철학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자문해보기 바란다. 그 답이 ‘나를 위해서’ ‘나의 권력을 위해서’ ‘나의 영달을 위해서’라면 정치를 접기 바란다.

한국민주화에 초석이 된 광주전남은 한국민주정치의 발전을 위해서 한국정치의 현주소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그 방향을 제시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