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참사’ 재개발사업 재개 ‘조건부 승인’ 동구, 안전확보계획마련 등 4가지 이행 시 공사 허용 재개시점 미정…시민단체 “재판 결과 앞선 결정 성급” 오복 기자

2022년 03월 23일(수) 20:14

지난해 철거건물 붕괴참사가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지의 건물해체 공사가 재개될 예정이다.

23일 광주 동구에 따르면 지난 8일 조합 측이 감리자 계약 체결서와 함께 해제 중지명령을 요청했고, 내부 논의끝에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지 건물 34개 동에 한해 건축물 철거 공사의 중지 명령이 조건부로 해제됐다.

이에 광주시민단체는 재판 결과와 시공사 행정 처분에 앞선 ‘성급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동구는 철거전문업체 재선정, 안전확보계획 마련, 건설기술인 관리·상주감리계약서·산재보험가입, 공사장 동영상 녹화 등 4가지 조건을 달아 건축물 해체공사 재개를 허용했다.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지의 건축물 해체공사는 도로변 상가건물 철거 과정에서 시내버스 승객 등 17명의 사상자를 낸 붕괴참사가 발생하면서 지난해 6월 11일 감리자 공백과 안정성 확보 등을 이유로 조합 측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려졌다.

동구가 이번 조건부 공사 재개 명령을 내린 대상은 벽체와 지하층 등을 남긴 채 철거가 중단된 건물 34개 동에 한해서로 사업 구역 내 수용과 보상이 끝나지 않은 건물 8개 동은 각각 따로 해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와 같은 조건부 명령에도 건물해체 공사 재개 시점은 불투명하다.

재개발사업조합이 올해 1월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를 계기로 현대산업개발의 시공권 회수 검토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또한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참사 이후 불법 재하도급 논란이 불거진 한솔기업과의 일반건축물 해체 계약을 해지하고 나서 후속 업체 선정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재판에 넘겨진 철거공사 감리자의 후임은 재개발사업조합이 최근 선정을 마쳤다.

동구 관계자는 “공사 중지 해제는 감리자가 선정돼 행정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며 “철거 현장의 동영상 녹화, 감리·시공사·철거업체와 회의를 통해 안전확보계획이 마련되면 실질적인 공사 재개를 허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민단체 협의회는 재판 결과와 시공사 등에 대한 행정 처분이 내려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광주시민단체 협의회 관계자는 “학동4구역에 대한 재판이 끝난 것도 아니고,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행정처분이 내려지지도 않은 상태로 재개발 사업지의 건물해체 공사 재개는 성급한 결정 이다”고 말했다.

이어 “참사 추모 공간 조성 논의도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감리선정으로 과정이 적법했더라도, 시민의 정서와 이익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밝혔다.

동구의 공사 중지 명령과 별도로 법원이 붕괴참사 발생 4개 필지에 내린 현장보존 명령은 오는 5월 말까지로 연장됐다.

/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