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확산 ‘꿀벌 궤멸’ 정부차원 대응 급하다

2022년 03월 24일(목) 19:56

벌꿀 생산이 지난 2020년부터 2년 연속 예년의 3분의1에도 미치지 않는 대흉작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양봉농가 대부분이 벌통에 벌이 없는 궤멸 현상을 마주했다. 전남을 비롯한 제주·경남 등 남부지역에서 시작, 전국으로 확산돼 개체수로는 70억 마리, 피해 금액으론 1천억원대에 달한다. 농민들은 실질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국내 농작물 70% 가량이 꿀벌 덕에 열매를 맺어 한 해 농사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도 전 세계 100대 식량작물 가운데 71%가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과일·채소류 생산과 사료작물 등의 번식과 생장에 관여하는 중요한 존재로 결국에는 농업기반 붕괴로 이어져 국가의 식량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지경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국민의 생존권 문제로 인식, 정부 차원의 대응이 절실해 보인다.

꿀벌의 집단 실종 원인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가을철 저온과 겨울철 고온 등 이상기후와 생태 변화가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온난화로 꽃이 이른 시기에 개화하면서 월동 중이던 벌들이 외부활동에 나섰다가 체력이 떨어져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을부터 진드기 등 병해충에 맞서 사투하며 봄벌 키우기에 전력을 다해온 농가들은 허탈해 하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꿀벌 유충(애벌레)이 번식하는 봄에서 여름 사이에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 괴질로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으로 65% 이상이 폐사해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망연자실이다. 10여년 만에 유사한 상황이 재현됐다.

결코 양봉업의 문제로 바라봐선 안 된다. 과학자 아인슈타인도 꿀벌이 지구상에서 없어지면 인간은 그로부터 4년 정도밖에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가적 현안으로 조속히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적극적인 대처가 시급하다.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광주 서구의회는 대정부 건의안을 채택했다. 전국 곳곳의 양봉 농가에서 꿀벌이 단체로 사라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예삿일이 아니다.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도 못 막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농민의 목소리에 더 귀를 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