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의웅의 캔버스 산책]터질 듯한 기쁨

2022년 03월 27일(일) 18:39

노의웅 作 ‘구름천사’

우리 집에서 쳐다본 하늘엔 아름다운 색상의 구름이 두둥실 떠있다. 그 구름은 천사가 되어 하늘을 날며 우리 마을에 행복을 뿌려준다.

구름천사의 주변에는 빨강 노랑 녹색의 구름들이 하늘을 아름답게 수를 놓고 잠시 멎곤 한다. 하늘의 구름천사들은 다시 천천히 먼 하늘을 향해 흘러간다.

하늘나라의 꿈처럼 몽롱하게 어린 시절 풀밭에 누워 구름을 보고 만물의 형상을 그렸던 즐거운 시절이 떠오른다. 그 때마다 기쁨에 겨워 혼자서 히죽히죽 웃었다.

우리 집 강아지가 똥을 누는 것도 재밌고 소나무 가지 사이로 하얀 구름이 꽃을 뿌리고 어제 심어놓은 꽃밭에는 노랑나비가 날개 짓을 하는 것도 재밌다. 저 아름다운 무등산 위로 구름과 바람이 저들끼리 히히 대고 지나가는 것은 더더욱 재밌다. 나는 히죽 웃는다.

친구들이 내게 묻는다. 그렇게 밝은 에너지를 유지하는 비결이 뭐냐고. 나 역시 사는 게 왜 이렇게 재밌을까를 자문해본다. 실은 이렇게 그림 그리는 것이 너무나 재밌다. 미술관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재밌고 새 작품을 그리는 것은 더더욱 재밌다. 일부러 웃고 재밌어 하는 게 절대로 아니다.

재밌어서 웃는다. 그래서 히죽히죽 혼자서 웃는 거다. 일부러 웃으라면 지칠 것이다. 계속 혼자서 히죽 히죽 남몰래 웃는 건 아마도 타고난 게 아닌가 싶다. 늘 즐겁긴 하지만 날씨와 마찬가지로 항상 화창하지만은 않다. 나라고 우울할 때가 없을 리가 없다.

하지만 슬플 때가 길지는 않다. 화실에 들어가 캔버스 앞에서 구름천사와 대화를 시작하노라면 혼자 우울하고 슬퍼하다가도 금방 사라져 버린다. 기쁨이 다시 찾아온다.

<양과동에서 화가 노의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