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성 작가 ‘한글민화’展…내달 15일까지 우제길미술관 한글의 조형美…옛 이야기를 품다 민화 바탕 새로운 이미지 구현, 예술작품 승화 천지인·놀이문화 등 담아 긍정의 에너지 선사 최명진 기자

2022년 03월 28일(월) 19:09

오는 4월15일까지 우제길미술관에서 ‘한글민화’전을 개최하는 금보성 작가.

한글 조형의 아름다움을 통해 조선시대 민화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한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문자화(文字畵)의 맥을 잇는 ‘한글 회화의 거장’ 금보성 작가가 오는 4월15일까지 우제길미술관에서 ‘한글민화’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한글의 추상적 아름다움을 담은 1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들은 조선시대 민화에 바탕을 두고 오랜 시간 작업해온 결과물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시인으로 활동했던 그는 해체시를 공부하던 중 우리 문자인 ‘한글’로도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글의 조형성과 정신성에 매료된 작가는 우리 문자에 자부심을 느끼며 이를 예술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한글의 기하학적인 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글의 단어를 자음과 모음의 기본 조형으로 해체하고 그것을 화면에 재구성해 배치했다.

“우리 민속놀이 중 윷놀이가 떠올랐어요. 단어들의 자음과 모음을 아무렇게나 던져보는 겁니다. 허공에서 돌아가는 이 글자들을 상상 속에서 정지시키고, 그것들을 긍정적인 이미지와 함께 표현해봤습니다.”

우리 민족의 정신이 깃든 언어인 ‘한글’을 수년 간 아름다운 조형 작업으로 표현해오고 있는 작가는 조선시대 민중들의 애환이 담긴 민화의 정신을 한 층 더 밝은 새로운 이야기로 전달하고자 한다.

금보성 作 ‘아리랑’

그의 작품 속에는 해체된 한글 조형과 함께 ‘잘 풀린다’는 뜻의 마스킹테이프, ‘잘 될거야’, ‘힘내세요’라는 의미를 지닌 알로카시아 이파리 등 다양한 소재들이 등장한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수많은 어려움 속 무엇으로 치유를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조형물들은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사랑, 행복, 감사 등 긍정적인 에너지를 지닌 단어들이에요.”

금 작가는 한국 특유의 천지인 접화 사상과 신명의 놀이문화를 기반으로 한 한글 문자화가 오늘날 대립적 갈등과 코로나 바이러스로 침체된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길 바란다.

“지친 삶 속에서 위로와 치유를 줄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 또한 작가가 마땅히 해야 할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적 정신을 이어받은 한글민화 그림을 통해 앞으로도 사람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내고 희망을 전하는 그림 작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한편, 금보성 작가는 여수 출신으로 캘리포니아 빅터 대학교 교수로 재직했으며, 지금까지 70여 차례가 넘는 개인전을 열며 장르의 제한 없는 다양한 한글 작업을 해오고 있다. 현재 홍익대 대학원 박사 재학 중이며 금보성아트센터 관장, 한국예술가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