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마을 신조야 대표 “힘없는 소시민 고통받는 전쟁 비극 멈춰야” 동포 귀환 반갑지만 분쟁지역 숨죽인 채 사는 주민 많아 가족·친지 무사 귀국 돕기 모금 활발…“평화 정착 소망” 안재영 기자

2022년 03월 28일(월) 19:21

광주 고려인마을 신조야 대표

“어떤 이해관계가 있던 전쟁으로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소시민들입니다. 불행 중 다행히 동포들의 무사 입국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쟁을 피해 떠나지 못한 채 집 안에서 하루하루 숨죽인 채 살아가고 있는 동포들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평화가 찾아와 더는 힘없는 이들이 고통 받지 않았으면 합니다.”

250여명의 우크라 출신 동포들이 살고 있는 고려인 마을의 신조야(67) 대표는 이같이 말하며 “하루라도 빨리 전쟁이 끝나야 한다”고 간절히 소원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발발했다는 소식은 고려인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출신 동포들에게 크나큰 충격을 안겨줬다. 고려인마을에 정착했으나 아직까지 우크라이나엔 가족과 친지, 지인 등이 여전히 체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몸에 거리가 멀어도 영상통화나 SNS를 통해 서로의 소식과 안부를 확인하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전쟁발발 이후 소식이 끊기면서 이들의 시름은 깊어져만 갔다.

특히 분쟁지역에 가족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마을 구성원들은 “(가족 걱정에) 하루도 마음 편히 자지 못했다”고 읍소했다.

이렇듯 고려인동포들이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가운데 신조야 대표를 비롯한 구성원들은 지난 1일 개국한 ‘고려방송’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과 지원이 절실함을 알리며 모금을 시작했다.

여기에 지역 사회의 온정이 더해지면서 고려인마을은 모금된 금액을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가족들의 항공비 마련에 사용하며 무사 입국을 돕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 14일 최마르크(13)군과 22일 남아니따(10)양이 무사히 입국해 꿈에 그리던 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었다.

그러나 분쟁지역을 탈출했지만 항공비가 없고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오도가도 못하는 이들도 아직 상당하다.

이들의 무사 귀국을 위해 고려인마을은 모금을 이어가며 법무부나 출입국사무소 등과 여러 방면으로 동분서주 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의 참화를 피해 떠나지 못한 이들은 포탄이 빗발치고 총성이 끊이질 않는 접전지에서 하루하루 숨죽인 채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탓에 신 대표는 “고려인동포들의 무사 입국 소식이 무척 반갑고 다행이라 생각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아직 남았다”며 “전쟁에 관해 우리에게 보여지고 들리는 이야기는 극히 일부다. 분쟁지역에서 어떠한 도움도 없이 빨리 이 전쟁이 끝나길 바라며 고통받고 있는 소시민들이 너무나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떤 이해관계로 시작된 전쟁이 건 피해를 보는 건 결국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다”며 “이번 전쟁으로 삶의 터전과 소중한 생명을 잃은 사람들이 과연 자신들이 전쟁의 참화로 죽을 줄 상상이나 했겠냐”라고 호소했다.

그렇기에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 더 이상 무의미한 피가 흐르지 않고 소중한 생명이 꺼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소원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