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설계수칙 무시’ 붕괴 대참사 불렀다 경찰, 화정아이파크 수사 결과 무단 공법 변경·동바리 미설치·불량 콘크리트 원인 규명 현산, 구조 안전성 검토 안해…설계층 바닥부터 붕괴 추정 임채만 기자

2022년 03월 28일(월) 20:33

사진=광주매일신문DB

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기본 설계 수칙을 지키지 않은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광주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광주경찰청)는 28일 검찰·고용노동부 등과 협조하에 76일간 진행한 수사 결과를 중간 발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건설사고조사위원회 등 전문기관 감정과 압수 자료 분석 결과, 붕괴 원인은 무단 공법 변경과 동바리 미설치, 콘크리트 강도 부족 등 세 가지로 규명됐다.

우선 시공사인 HDC 현대산업개발은 붕괴한 201동 39층 바닥 콘크리트를 타설하면서 지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는 데크플레이트(Deck plate·이하 데크) 방식을 사용했다.

39층 아래에 있는 설계(PIT)층의 층고가 낮아 지지대를 설치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당초 재래식 거푸집 방식을 무단으로 변경했다.

특히 39층 바닥면은 화단 등을 설치하기 위해 높이를 달리해 타설해야 했는데 현산 측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콘크리트로 만든 ‘가설 지지대(역보)’ 7개를 세워 데크를 받쳤다.

그 결과 수십t에 달하는 콘크리트 지지대의 무게가 하중으로 작용하며 무게에 취약한 설계층 바닥으로 전해졌다.

설계층 바닥은 1㎡당 2천8㎏까지 견딜 수 있는데 콘크리트 지지대가 설치된 곳의 하중은 최대 1㎡당 4천98㎏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산 측은 이런식으로 공법을 변경하면서도 건물 구조가 안전한지 여부를 따져보는 구조안전성조차 검토하지 않았다.

결국 무게를 이기지 못한 설계층 바닥이 무너지면서 붕괴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설계층 바닥이 무너졌더라도 그 아래 층에 ‘동바리(지지대)’만 제대로 설치돼 있었다면 연쇄 붕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축공사 표준시방서에 따르면 철근 콘크리트 작업 시 상부층 작업 하중을 견디게 하기 위해 아래 3개 층의 거푸집이나 동바리는 철거하지 않고 남겨둬야 한다.

그러나 사고 당시 설계층 아래 3개 층에는 동바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최상층인 39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완료되면 건설 자재를 빼낼 방법이 마땅치 않아 미리 동바리를 철거한 것이라는 게 현장 작업자의 증언이다.

동바리 없는 무량판 구조의 슬래브에 강한 충격과 함께 무거운 하중이 가해지면서 연쇄적으로 16개 층이 붕괴했다고 잠정 결론났다.

하부층 콘크리트가 적정한 강도에 이르지 못한 미흡한 품질 관리도 영향을 미쳤다. 사고 현장 17개 층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시험체 가운데 15개 층이 기준 강도(24MPa)의 85%에 미달한 상태인 것으로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난 바 있다.

펌프 방식으로 콘크리트를 상층부로 이동시킬 때 굳지 않도록 하기 위해 비용이 드는 유화제 대신 물을 탔거나 콘크리트 자체가 불량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원자재 불량이 과학적으로 입증 되지 않았지만, 관리부실과 함께 복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산 본사 차원의 안전관리 미흡 등 부실공사 책임 유무와 콘크리트 품질관리 등 업체의 불법행위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임채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