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광장 ‘빛의 분수대’ 도용 논란 유감

2022년 03월 31일(목) 18:03

광주시 동구가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 설치 예정이던 ‘빛의 분수대’는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를 홍보하고 5·18민주화 정신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한 문화전당 야간경관 기반 조성 핵심사업으로 추진됐다. 5월단체 등 13개 관계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국비와 시비 등 사업비 40억원이 투입됐으며 최근 개막을 눈앞에 뒀는데, 돌연 미뤄졌다.

그 사정은 이렇다. 동구는 시험 운영하면서 12개의 LED 모터가 동일한 속도로 맞춰지지 않는 기술적인 보완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로 들린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한 예술인이 자신의 창작인 ‘광장의 기억-분수대’가 무단으로 도용당했다고 주장하며 작업 중단과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때문이다. 저작권 침해 논란 속에 허술한 행정이 도마위에 올랐다.

빛의 분수대는 1980년 5·18 민주화대성회 당시 군중이 손에 들었던 횃불을 형상화한 작품을 사적지 일원에 영상을 투영하는 방식으로 구현한다. 낮에는 물줄기를 그대로 볼 수 있고, 밤에는 특정 시간대에 작동하는 매립형 키네틱 조형물, 초대형 워터스크린, 바닥맵핑, 미디어아트 등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시민들에 선보인다.

5·18 광주를 넘어 세계적인 역사문화광장으로 만드는 동구의 역점 사업 중 하나였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서의 명성과 함께 5월 역사와 문화산업 중심으로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글로벌 예술도시, 문화중심도시로서의 위상을 다지기 위한 의지라고 동구는 추진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또한 ‘빛의 읍성’ 등 후속사업과 연계하고 도심 야간관광 필수코스를 개발, 체류형 관광으로 발전시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전략도 담겼다고 했다.

빛의 분수대는 중대한 사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 무단 도용 시비까지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개막식이 하루 전날 전격 취소돼 매우 황당스럽다. 광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에 대한 기대가 물거품 될 위기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본격 준비하는 상황에서 큰 비판을 사고 있다. 동구가 책임있는 자세로 조속하고 원만하게 해법을 내야 한다.